거리마다 들꽃이 지천이다.

도심에서 들꽃이라니, 언감생심 생각이나 했던가.

그러나 지금, 전주의 거리에는 아름다운 들꽃이 피어나고 강아지풀이 흔들린다.

아름다운 정원도시 전주의 오늘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로수, 가로등 아래마다 자리한 조그마한 꽃밭이다.

인위적으로 배열해서 심던 그런 꽃이 아니라, 씨앗을 뿌려서 저마다의 모양대로 들쭉날쭉 자라난 자연의 꽃이다.

덩달아 잡초도  자라나지만, 그마저도 푸르른 배경이 되어 빨갛고 노오란 꽃송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놀라운 것은, 그 자연스러운 정원을 우리 전주시가 계획하고 조금씩 성장시켜왔다는 점이다.

현재 전주시는 공공기관과 시민이 참여하는 나무심기를 통해 도시를 언제든 휴식 가능한 공간 개념의 정원도시로 조성하여, 도심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이 나무와 꽃을 접하며 아름다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천만그루 정원도시 조성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총괄조경전문가를 통해 전체 도시 이미지를  디자인하여 도심 곳곳의 크고 작은 공간에 다채로운 정원을 조성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예전 전주의 랜드마크였고 시민들의 추억의 장소였던 금암분수를 철거 30년 만에 금암분수정원으로 재탄생시켰다.

금암분수 정원은 기존의 도심공원이나 가로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 줄기로 곧게 뻗은 키 큰 나무들이 모여 있는 정원이 아니다.

산에서 볼 수 있는 굽이굽이 여러 줄기의 나무들이 정원을 채우고, 여러 갈래로 자라는 다간형 수형의 나무들이 각각의 자유로운 모습으로 있어, 도심에 있으면서도 금암분수정원은 오래된 친구처럼 편안한 숲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이 외에도 각 동에서 전주역-첫마중길 가로수 밑 꽃밭조성, 거북바우 꽃밭 조성사업, 진북동 사계절 꽃피는 마을 만들기 등 곳곳의 작은   도시 숲이 전주의 숨길이 되어주고 있다.

이러한 도시 숲은 단순히 미관적 기능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열섬 발생을 막아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을 3~7℃까지 낮춰주고 습도를   조절하여 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키 큰 나무들이 자동차 소음의 최대 75%까지 감소시키며, 나무 한 그루가 1년간 만드는 산소량은 성인 7명이 연간 필요한 산소량에 달할 만큼 탁월한 공기정화 기능을 발휘한다.

당연히 미세먼지 저감에도 효과적 이어서, 도시 숲이 있는 곳의 부유먼지와 미세먼지 농도는 일반적인 도심기준보다 25.6%가 낮다고 한다.

어디 그뿐이랴.

도시 숲은 삭막한 도심 환경을 부드럽게 완화하는 심리적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꽃 한 송이가 주는 의미가 무어 그리 크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리에 피어나는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는 그 개별적 의미로서가 아니라 도시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는 총체적 의미다.

꽃을 위한 도시가 곧 사람을 위한 도시라는 뜻이다.

생명을 존중하고 그 생명들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도시, 그 도시가 미래의 우리 지구가 만들어가야 할 도시이며, 우리 전주가 나아가야할 지속가능한 도시의 모습일 것이다.

사실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볼 겨를조차 없을 때가 많다.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마스크 속에 감춰진 얼굴은 피곤하고 초조해 보인다.

그럴 때 서로의 눈이 닿는 곳에 조그마한 들꽃이 있다면, 거기에서부터 우리 도시의 희망이 싹트리라는 기대를 가져 본다.

우리 시민들의 마음에 거리의 꽃뿐만 아니라 내 집, 내 가게 앞에   작은 꽃밭 한 터를 나의 정원인 양 가꿀 수 있는 아름다운 여유가   머물 수 있기를 바래본다.

/장변호 덕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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