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실내농장 성능 대폭향상
애호박-오이-수박 등 동시 재배

최저기온 영하 25.6도의 혹한인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이 농촌진흥청이 보낸 실내농장에서 채소를 수확해 애호박 된장찌개, 오이냉국, 수박화채 등을 해 먹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다.

이번에 애호박, 오이, 수박 등 열매채소를 재배해 먹은 것은 우리나라가 남극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과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지난 2010년에 이어 두 번째 남극세종과학기지에 보낸 실내농장이 본격 가동돼 현지 대원들에게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 실어 보냈던 실내농장은 올해 1월 중순 현지에 도착했으며, 2~4월 설치 및 시운전을 마치고 5월 7일 첫 파종을 시작했다.

이후 농작물이 잘 자라 상추 등 잎채소는 6월부터 매주 1~2kg 수확을 하고 있다.

이번에 처음 재배를 시도해 염려가 많았던 열매채소도 오이‧애호박‧고추는 7월 중순부터, 토마토와 수박은 8월 중순에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현재 17명의 세종과학기지 월동연구대원들은 실내농장에서 기른 신선 채소를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먹고 있으며 특히 쌈은 물론 찌개나 국, 무침, 주스 등에 넣어 다양하게 해 먹고 있다.

10년 전 보낸 실내농장이 상추 등 잎채소만 재배할 수 있었다면 이번에 보낸 실내농장은 잎채소와 오이‧애호박‧고추‧토마토‧수박 같은 열매채소까지 동시에 재배할 수 있도록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이 실내농장은 발광다이오드(LED)를 인공광으로 이용해 에너지 소모를 최대한 줄이면서 빛의 주기와 세기를 농작물의 종류와 생육단계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또 농촌진흥청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실내농장 내부의 재배 환경과 생육 상황을 영상으로 원격 모니터링할 수 있어 남극 대원들이 농작물 재배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시로 컨설팅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접한 칠레나 주변 기지와 왕래가 중단되면서 6개월 넘게 기지에서 신선 식자재를 구경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과 극지연구소는 남극세종기지 대원들에게 신선 채소를 공급하기 위한 ‘남극에 실내농장 보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난 2010년 첫 번째 실내농장을 보낸 데 이어 지난해 성능이 대폭 향상된 두 번째 실내농장을 보내게 됐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실내농장에서 수확한 신선 채소로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 드시고 아무쪼록 건강과 영양을 잘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실내농장 관련 기술을 더욱 고도화해 농작물 재배가 어려운 극지는 물론 사막 등에 실내농장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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