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희 '쓸쓸한 은유'

2016~2020년까지 5년간 쓴 시 작품 발간
시어의 쓰임-중요성 독자들에 영감 전파

이동희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 ‘쓸쓸한 은유’가 출간됐다.

시인은 지난 2011년 여섯 번째 시집 ‘하이델베르크의 술통’을 통해 열흘 남짓 유럽 여섯 나라를 주마간산하고 여진처럼 남은 잔영을 묶은 바 있다.

2013년에는 일곱 번째 시집 ‘뜻밖의 봄’에서는 2011년과 12년, 13년에쓴 시 147편을 모아 270쪽짜리 목침시집을 묶어 냈다.

2014년과 15년에는 여문 시를 묶어 여덟 번째 시집 ‘차가운 그림 문자’를 2016년에 냈다.

이번 시집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영근 시를 모아 발간하게 됐다.

시인은 머리말을 통해 “시집 내는 일이 참 쓸쓸한 일이 되었으되 지울 수 없고 버릴 수 없는 피붙이처럼 내 시문학의 가승보를 엮는 심정"이라고 고백한다.

1985년 등단 이후 아홉 번째 시집을 내는 심정이 이토록 가슴 저미는 일임에 공감하며, 그동안 오직 시 하나만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살아온 삶에 공감이 간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등단 이후 36년 동안 오직 시에만 매달려 살아오면서 ‘시를 버리기로 했다/ 시를 위하여 시를 숨기기로 했다/(중략) 아무나 차고 다니는 짝퉁을 버리기로 했다’(시를 위하여 중)며 시인으로서 고뇌를 실토하고 있다.

시를 위해 시를 버린다는 역설은 진정산 시인으로서 자신만의 정신과 언어로 쓰지 않은 짝퉁 같은 작품을 절대 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시인은 시인의 소명감으로 세상을 자신의 시로 깔맞춤하려 한다.

귀의 화가 고흐가 그림 그리는 일이 구원이라고 했던 것처럼 ‘시가 구원일 수 있다고 믿었던 미친 시절’이 있었으나 올곧고 참된 정신으로 무장된 순수 시인으로서 ‘단 한 점의 시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시인은 언어와 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다.

왜냐하면 말은 스스로 제 씨앗을 보여주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단어를 떠올리면 그 말의 씨앗을 찾게 되고, 그 말씨를 연결해 시적 사유와 명상이 한 편의 시로 탄생시키고 있다.

마치 마르셀 레몽이나 엘리아르가 말하는 언어-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깨닫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시에서 언어의 쓰임은 매우 중요하며 엘리아르의 말처럼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사람이 시인이라면 말에 영혼을 불어넣어주는 사람도 시인임을 독자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것이다.

허형만 시인은 “말에도 씨가 있어 시인은 늘 이 말의 씨를 잘 고르고 다듬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동희 시인은 언어와 말을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으며, 한 편의 시가 탄생되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며 “시인으로서 책임감과 동시에 사명감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평했다.

시인은 전주 출생으로 1985년 시전문지 ‘심상’ 신인상에 당선돼 문단에 등단했다.

초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았고, 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현재 문예대학 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시인협회장, 표현문학회장, 전주풍물시동인회장, 전북문인협회장, 심상시인회장 등을 역임했다.

시집으로는 ‘빛더듬이’, ‘사랑도 지나치면 죄가 되는다’ 등이 있고, 수상록 ‘숨쉬는 문화 숨죽인 문화’, ‘우리 시대의 글쓰기’ 등, 시해설집 ‘누군가 내게 시를 보내고 싶었나봐’, ‘시의 지문’, ‘우리 옛 시의 재발견’, 문학평론집 ‘문학의 즐거움 삶의 슬기로움’, ‘문학의 두 얼굴’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전북문학상, 표현문학상, 전주시예술상, 목정문학상, 자랑스러운 전북인대상, 윤동주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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