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보따리

강지애

 

찰그락 짤깍, 찰그락 짤깍
어머니가 베틀에 앉아 밤새 씨 날줄을 짰다.
구멍 난 적삼에는 가난이 쉴 새 없이 흘렀고
별들이 하나둘 스러질 때면 
고단함을 치마폭에 담은 채
열어 놓은 문을 한숨으로 닫았다.
분단의 아픔이 훑고 간 암울한 세월의 흔적은 
피지 못한 꽃 한 송이를 몸부림치게 했다. 
 
다음 날
당신이 낳은 삼베 필 반을 가지런히 접어 
머리에 이고 사립문을 나서는 가녀린 뒷모습이 
그믐달만큼이나 서러웠다.
강아지가 암탉을 쫓는 마당에는
붉은 맨드라미가 얼굴 가득 검버섯 피워 올리고
늙은 담장을 오르는 나팔꽃은
하늘에 은은한 아침 종소리를 퍼내고 있었다. 
 
어머니는 신작로 길 시오리를 걸어 
읍내 오 일 장터에 가신 날이 많았다.
그날은 해질녘 동산에 올라
어머니를 기다리는 일이 나를 풍선처럼 부풀게 했다.
동산은 유년의 꿈 터였고 
그곳에 우뚝 선 느티나무는 언제나 어머니 품속 같은 요람이었다. 
저 멀리서 산덩이만한 보따리를 이고 무거움에 눌려 
지친 걸음 타박여도 어머니는 그런 건 줄 알았다. 


# 시작노트

당신의 목까지 차오른 한을 팔아 나를 키운 바람 같은 여인 지금쯤 고향 삼밭은 어머니의 설움 깔고 무엇이 자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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