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화-이제생 할아버지 이산가족 화상면담 선정

황해도은율-평안북도박천
출신··· 전북적십자사, 서울
사무소서 등 상봉장 3개소
화상연결 시연 등 진행

추석특별방역대책에 따라 요양병원 대면 면회가 허용된 16일 오전 한 요양원에서 입소 어르신이 면회 온 딸과 사위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특별방역대책에 따라 요양병원 대면 면회가 허용된 16일 오전 한 요양원에서 입소 어르신이 면회 온 딸과 사위의 손을 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산가족 고령화 가속 및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으로 화상 상봉장을 시범 운영한다

“떠나는 어머니의 치맛자락을 붙잡았던 누이들이 그리워요…”  

민족의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김덕화 할아버지는 몇 십년전 기억을 회상하며 목이메었다.

해가 뜨기전 가장 어두웠던 새벽, 어머니와 함께 피난을 떠난 할아버지의 기억에는 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그날 그 짧을 줄 알았던 이별이 이렇게 길 줄 할아버지는 전혀 몰랐다고 했다.

김덕화 할아버지는 황해도 은율에서 어머니와 함께 피난을 왔다.

어머니는 제일 어리던 김덕화 할아버지만을 간신히 등에 업고 치맛자락을 붙잡는 누이들을 어쩔 수 없이 뿌리치고 그렇게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머니는 경애누나와 순애누나를 그리워하며 10년 전 돌아가셨다고 김덕화 할아버지는 말했다.

김덕화 할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누이들이 그립고 그때의 그 기억 속에 갇혀있는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슬픈 사연을 가진 이제생 할아버지는 월남전에도 참여한 국가유공자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 뒤에는 가족들과의 이별이 배경이 됐다.

“대구 피난민 수용소에는 먹을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친구의 권유에 따라 어쩔 수없이 군대에 입대했죠 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그냥 배가 고파서 그랬어요”   평안북도 박천 출신인 이제생 할아버지는 온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겪었다.

할아버지는 13살 때 홀로 도망다니듯 남쪽으로 내려와 영등포에 있는 연탄을 실은 화물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했다.

그렇게 내려온 피난민들의 수용한 공장은 자연스럽게 피난민 수용소가 되었다.

이제생 할아버지는 “하루에 납작 보리 2홉이 전부였어요 하지만 그때는 배고픔 보다 가족들의 걱정이 더 되었어요” 라며 만나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토로했다.

이 두 할아버지는 도내 이산가족 화상면담에 선정됐다.

16일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회장 이선홍)는 이산가족 고령화 가속 및 코로나19 장기화 상황들을 감안해 이산가족 화상면담을 시범 운영했다.

전북지사는 이날 도내 거주하는 이산가족 김덕화 할아버지, 이제생 할아버지 2분을 모시고 전주시 덕진구 장동 적십자사에 새로 설치된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시범 운영을 실시했다.

이산가족 화상 면담을 통한 이산가족 위로와 격려를 목적으로 실시된 이번 행사는 대한적십자사 서울 사무소 및 신규 상봉장 3개소(전주, 의정부, 홍성)에서 실시됐다.

각 상봉장별 이산가족 초청·위로 및 화상연결 시연, 화상 면담 등이 진행됐다.

신규 화상상봉장은 이산가족 1세대의 고령화 가속(거동불편자 증가)및 코로나19 장기화 상황 등을 감안해 화상상봉 중심의 이산가족 교류 추진이 실효적이라는 판단하에 기존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 중심의 화상상봉장 13곳에 더해, 전주, 경기 의정부, 강원 강릉·원주, 충북 청주, 충남 홍성, 경북 안동에 증설이 추진되었으며 지난 8월말 설치가 완료됐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이선홍 회장은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에서 많은 분들이 돌아가셔서 생존해 계신 분들이 약 36% 정도이고 이 중에서도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70%에 가깝고 고령화로 인해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도 계속해서 늘어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이번 화상 상봉장 추가 설치를 계기로 이산가족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도록 하루빨리 화상상봉이라도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라고 말했다.

/김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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