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기간에 후보들의 공약발표를 보면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킬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면 실망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다.

공약을 지켜야 할 이유 보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할 변명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을 위한 공약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전북을 포함해 호남에 대한 공약이라고 해 예외일 수는 없다.

전북인과 호남인이 경선 과정부터 대통령 선거에 이르기까지 후보들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전북이나 호남출신이라는 등 지역적 연고가 있다고 하여 전북이나 호남의 발전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지역과 무관한 후보가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전북과 호남의 발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한 단계 더 높은 도약을 위해서는 강력한 추진력과 결단력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이유 중의 하나는 과거의 대통령이 전북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적·물적 제약을 넘어서려는 대통령의 의지와 추진력 약해서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필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좋아하는 후보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자기가 한 약속을 다 지킬까봐 걱정이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를 했다.

한참을 웃고 난 다음에 커피를 마시며 “정말 웃어야 하는 일이었을까?” 조용히 생각해봤다.

후보 자신이 한 약속을 모두 지킨다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약속을 모두 지키면 오히려 국가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든가 꼭 지키지 않아도 되는 공약이 있다는 의미의 농담이었을 것이다.

정말 이런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농담 반 진담 반의 불필요한 걱정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분명 많으리라 본다.

필자 역시 다르지 않다.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궁금하면 그 후보의 과거 업적을 보면 된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일을 해낸 후보도 있다.

공기 좋고 경관 좋은 계곡을 찾을 때마다 계곡에서의 불법영업으로 인해 심하게 눈살을 찌푸린 적이 얼마나 많은가.

이처럼 힘든 문제를 정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결국 해냄으로써 계곡을 국민에게 돌려줬다.

용기와 결단, 강력한 추진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반대가 있더라도 옳은 일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반대하는 사람을 만나서 설득하고 결국에는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몇 번 시도하다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명분을 만들어 포기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명분을 만드는 것은 쉽지만 명분을 극복하는 것은 보통의 의지와 추진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공무원의 생리를 잘 알고 공무원에 끌려 다니기 보다는 공무원을 이끌고 갈 강력한 리더십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공무원 없이 일할 수 없지만 공무원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각종 통계로 안 되는 사유를 설명하는 공무원을 넘어서야 한다.

공무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후보들이 내거는 공약을 보면서 왜 안 되는가를 계산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마치 안 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대통령도 공무원을 설득해야 하지만 때로는 대통령의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공무원이 따를 수밖에 없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뜨뜻미지근한 후보, 우유부단한 후보에게서는 전북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대한민국의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는 용기와 결단력으로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키겠다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각 당의 경선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누가 이러한 지도력을 갖춘 대통령 후보인가를 꿰뚫어 보아야 한다.

약속을 모두 지킬까봐 걱정이 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행복한 걱정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