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반려동물
사람과 반려동물
  • 김일현
  • 승인 2021.09.26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빈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은 다름 아닌 집에서 키우던 개 한 마리였다.

꼬리를 치며 달려와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할아버지께서 짚으로 만들어 준 집에서 꼬물거리는 대 여섯 마리의 강아지를 보면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그 당시 시골에서 '반려견'이란 말은 물론 '애완견'이란 말조차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한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반려동물'이란 용어가 없었던 오래 전부터 네 가족 가운데 한 가족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그 인구가 1,500만 명이 넘는 지금에도 개와 고양이 등은 인간과 함께 위로하고 위로받는 삶의 일부분이다.

반려동물이 인간의 삶의 질 향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덧붙일 말이 필요 없다.

특히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적 안정과 육체적 건강에는 더더욱 그렇다.

경제적으로는 'Pet-Economy(반려동물경제)' 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시장규모는 2017년 2조 3,000억 원에서 올해 4조 원, 2027년에는 6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라고 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호텔, 카페, 레스토랑 등과 같은 서비스산업과 더불어 반려동물 공원, 반려동물 전시회와 같은 문화산업으로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반려동물과 친화적이지 않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려동물을 데리고 식당이나 카페 등에 출입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반려견과 함께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절대 예외는 아니다.

미국 유럽 등에 비교해 봐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반려동물의 출입제한이 너무 엄격하다.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 생기고 있다고는 하나 극히 드물다.

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는 장애인 안내견 조차 출입이 쉽지 않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반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단순히 동물, 즉 물건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물에 대한 학대가 한 해 1,000건에 육박해 10년 전보다 10배가 증가한 반면 재판에 넘긴 건 10건 중 3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3건 중에서 실제 처벌한 경우는 더 줄어들 것이다반려동물에 대한 대통령 경선후보들의 인식은 어떨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많은 것에 비해 반려동물과 관련된 공약을 밝힌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유일한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인식이 이 정도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후보만이 획기적인 제안을 했다.

위생과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반려동물과 같이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이나 숙박시설을 확충하고, 반려동물과 함께 탈 수 있는 지하철 전용칸을 지정하며, 플랫폼을 만들어 반려동물과 동반 가능한 장소와 시설에 대한 정보 공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가 우선 추진할 수 있는 정책부터 시행하고 비반려인들도 만족할 수 있는 사회규범을 정착하겠다고 했다.

실제 이 공약을 지킨다면 우리나라의 반려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동물을 물건으로 보지 않도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10여 년 전 학술논문에서 사람과 물건 중심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동물을 사람으로 볼 수는 없지만 물건으로 봐서도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법률상 동물은 지금도 물건이다.

사람과 같이 하는 반려의 존재이지만 법적으로 취급할 때는 역시 물건이라는 것이다.

법부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개정을 추진 중이다.

유럽의 독일 등에서 일찍부터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고 법을 개정한 것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이처럼 민법이 개정되면 동물을 사람처럼 취급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물건처럼 취급하지는 못할 것이다.

민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와 통과되면 동물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의 변화도 뒤따를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성과 그 도덕성은 동물들을 다루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동물을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넓어진 반려동물 시장만큼이나 사람의 인식도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