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40여회 공연
객석 30%만 운영하며
예술-작품성 전면승부

개막작 갈라쇼 벗어나
20년 소리축제 산증인
출연 소감넘어 방향제시

우리소리 귀중한 자산
과하면 전통 사라져
원형지키며 긴장유지

익숙한 것, 새롭게하고
이질적인 것 동질발견
소리축제가 융합이뤄

이제 새로운 20년볼때
전통-세계 종합적검토
내년 새모습 보여줄것

소리축제, 다른 축제
희망바이러스 전파
물음표 던지는 축제로

스무 살 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지난 29일 막을 열고 본격 행보에 나섰다.

올해는 20회를 기념한 특집 등 40여회 공연을 마련했고, 객석 30%만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소리와 춤, 마술과 탱고 등 예술성과 작품성으로 전면 승부에 나선 것이다.

올해 소리축제는 코로나 19 여파 속에서도 새롭게 참신한 창작을 지향하고 예술의 가치와 본질에 천착해 위축된 문화예술시장 돌파를 시도한다.





특히 20주년을 맞아 지나온 길을 반추하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고민도 담아낸다.

이런 고민은 29일 진행된 개막작에서 충분하게 엿볼 수 있었다.

개막작은 그 해 축제의 본질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예년에는 그 해 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갈라쇼 개념으로 진행된 반면 올해는 축제가 시작된 이후 20년 동안 소리축제를 거쳐갔거나 내외부에서 축제 발전과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인사들의 출연해 소감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의 밝힌 소감은 단순한 소감을 넘어 소리축제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소리축제는 전통음악을 중심으로 월드뮤직을 소개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초창기 소리축제는 다소 불안한 모습을 띠면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축제가 끝난 때마다 ‘정체성’에 관한 논란이 해마다 불거졌다.

심지어 ‘소리가 무엇이냐’를 주제로 관련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소리축제가 나아가야 할 길이 정확하게 정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소리축제를 이끄는 집행위원장 및 예술감독 등이 수차례 변경되면서 일관성 없는 축제 형태에서 벗어나지도 못했다.

심지어 TV 예능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었던 인사까지 소리축제에 몸담게 되면서 사람들은 깊은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축제 프로그램 뿐 아니라 축제 장소도 한옥마을까지 진출을 했지만 커다란 소득을 얻어내지도 못했다.

다행스럽게 현 박재천 집행위원장이 상당히 오랜 기간 소리축제에 몸담으면서 소리축제의 색깔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고, 변화와 시도 끝에 현재의 모습을 낳기도 했다.

지난 해에는 코로나란 변수와 외로운 싸움을 하기도 했다.

디지털과 전통예술의 결합이란 새로운 시도를 통해 코로나 시대 공연예술이 가져야 할 답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가 당분간 우리 곁에 머물 것으로 예상이 되는 상황에 소리축제는 나름의 해결방안을 통해 변화와 새로움을 시도했다.

특히 지난해 개막공연의 경우 시차란 기술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온라인을 통해 다국가 아티스트와 협업을 이끌어내 ‘유의미한 시도’란 평을 얻어내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5개 공연만 올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지만 축제 이후 또 다른 축제 ‘19*19’ 행사를 통해 지역예술인들이 무대를 밟게 되는 장을 마련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김한 조직위원장은 “우리 소리는 우리 민족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귀중한 문화자산이다. 다른 나라 소리와 합쳐 우리가 만드는 소리축제가 추구하는 것은 인류애와 사랑이다”며 “지난 20년 동안 많은 발전을 통해 소리축제가 이만큼 발돋움했다. 이 문화유산은 무엇도 대신할 수 없다. 우리가 앞으로 모두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계 내외부에서도 그동안 소리축제가 걸어왔던 20년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왔다.

군산대 최동현 교수는 “전통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유산이지만 불변의 것이 아니라 변화되고 변화해야 한다. 우리 삶이 변하기 때문이며, 새로운 시대에 변해야 한다”며 “하지만 너무 많이 변하면 동일성이 상실돼 전통이 사라진다. 때문에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은 원형을 유지하는 구심력과 이것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원심력이 서로 긴장관계를 형성하면서 유지된다. 소리축제는 전통에 충실한 작품을 비롯해 새롭게 시도하는 작품들을 제시하는 데 이것이 바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작업이다”고 말했다.

윤중강 평론가는 “소리축제 20년은 같은 것을 다르게 보여주고 다른 것에서 같은 점을 발견한 게 특징이다. 예술가들을 성가시게 할 정도로 전통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그 안에 새로운 시각을 넣었다. 소리축제란 통과의례를 통해 만들어진 전통은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며 “익숙한 것을 새롭게 하고 이질적인 것에서 동질적인 것을 발견하게 했다. 소리축제가 있어서 문화적 지역적 융합과 화합이 있었다”고 평했다.

신경아 음악여행작가는 “다른 나라 전통음악이나 민속음악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는데, 소리축제 같은 축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나라는 경제적 여유가 안되는 상황이고, 경제적 여유가 되는 나라는 그런 전통을 다 잃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다행스럽게 전통의 끝을 잡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음악을 할 경제적 여유가 있어 소리축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음악축제 중 월드뮤직을 처음 무대에 올린 게 소리축제다. 오랜 연륜이 쌓이면서 소리축제의 월드뮤직 라인업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왔다. 월드뮤직은 고전음악부터 대중음악까지 범위가 매우 넓다. 다른 축제를 보면 맥락없이 아티스트 명성에 의지해서 라인업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리축제는 맥락을 가지고 소리축제의 색깔에 맞는 월드뮤직을 소개하고, 소개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월드뮤직 즉 전통음악과 그들의 음악을 하이브리드 해 새로운 월드뮤직을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월드뮤직 관계자들이 소리축제를 주목하는 이유다. 이들이 코로나 끝난 후 한국을 방문할 때 우리를 대표하는 소리축제로 소개하고 싶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제는 앞으로 20년이 문제다.

가장 염두에 떠오르는 게 코로나 정국이다.

코로나는 종식이란 단어보다는 우리와 함께해야 할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조어 ‘위드 코로나’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해와 올해 역시 코로나에 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지만 ‘임시처방’이란 말이 정확한 표현이다.

코로나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상황을 대비할 고정된 소리축제만의 방향이 제시돼야 할 시기다.

박재천 집행위원장 역시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박 위원장은 박재천 집행위원장은 “코로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20주년을 맞은 소리축제는 그동안 걸어온 길을 돌이켜보고 새로운 미래 새로운 20년을 내다봐야 할 시기다”며 “코로나가 축제의 변화와 혁신이란 임무를 부여한 것 같다. 전통과 세계 등 다양한 키워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년부터는 새로운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적인 아날로그를 표방하는 전통음악축제와 디지털, SNS 등 미디어와 만남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 고민이다”며 “그 절충방안은 올해 실험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기존 150여개 공연을 26개로 대폭 축소하고 예술성과 안정선을 보장한 채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축제 기간 매칭방안을 고민할 방침이다. 분명 내년부터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전주의 풍부한 소재는 코로나를 이겨내는 요소가 됐다. 다른 세상과의 존속과 확장에 대한 답을 찾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밖에 20년 동안 변해버린 축제 내외부 환경 정리와 함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과거 20년전과 비교하면 문화예술 환경은 분명 변했고, 앞으로 20년도 그 변화 못지 않은 속도의 변화를 보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변화를 따라가기보다는 변화를 예상하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 주체적 역할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전통을 살리고 세계 각국의 음악을 소개하는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의 포지션도 정확하게 정립해야 하고, 이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를 수 있는 축제 구성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소리축제 내부도 이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한 발걸음이 내부적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조만간 이에 대한 결과물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중강 평론가는 “성년을 맞아 자신감과 추진력이 소리축제 성공요인이다. 이제는 당해년도 결과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10년, 20년을 바라보고 과정을 중시하면서 과정이 쌓이면서 다른 축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축제가 되야 한다”며 “관객에게도 대답같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보다 젊은 세대, 어린 세대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축제가 돼야 할 것이다”고 조언했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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