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 조치 위반 인명피해시
사업주-경영 책임자 처벌 규정
사망 1년이상징역 10억이하 벌금
중대산업-중대시민 포괄 정의
외주화 경우도 안전조치 취해야

경영계, 경영책임자 개념 불분명
법률규정 불명확성 등 혼란 우려
과잉처벌 부작용 등 재개정 주장
건설사 의무조항 너무 방대해
의무조치-안전인력 비용 부담

중대재해 과실범처벌 조항 필요
경영자 중대재해 고의성 없어
건설업 선판매-후생산 구조 반영
안전관리비용 의무 발주자 몫
건설특성반영 안전비용체계 필요
사고주체간 안전관리 역할분담
협력적 안전관리체계 마련 필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세부내용을 규정한 시행령안이 지난달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심의ㆍ의결됐다.

앞서 올해 1월 8일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핵심은 안전 조치 등을 소홀히 해 노동자의 건강, 안전, 행복을 해친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공포는 지난 1월 26일, 시행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의 유예 기간을 둬 오는 2024년부터 시행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배경을 따라가보면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 많다.

안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법 시행에 대해 노동계는 적극 찬성, 경영계는 결사반대 구도 속에 한 목소리로 “보완입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안전사고가 많은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입법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배경과 내용, 법 시행 전 논란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입법배경과 주요내용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배경에는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등의 처참한 사고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일명 ‘김용균법’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이 이루어졌다.

현재도 사회 전반에는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이 너무 낮고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이 이뤄지지 않아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규정이 담겨 있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부상자, 질병자 발생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여론이 더욱 확산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해 4월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정부는 이 사고를 계기로 후진국형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서 경영책임자와 기업을 처벌하는 특례법 제정을 위한 대책을 수립했다.

이후 제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했고,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10만명이 서명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청원이 지난해 9월 국회에 회부됐다.

이 법의 주요내용과 적용 범위를 살펴보면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포괄해 중대재해로 정의하고 있다.

중대산업재해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업재해 중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원인으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발생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정의된다.

또 중대시민재해는 특정한 원료나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대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 결함으로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발생, 동일한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정의된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중대산업재해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등 안전보건관리체계의 구축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재해 발생 시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 및 그 이행에 관한 조치 △중앙행정기관ㆍ지방자치단체가 관계 법령에 따라 개선, 시정 등을 명한 사항의 이행에 관한 조치 △안전ㆍ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책임을 묻기 위해 사업자나 경영책임자가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을 맡긴 경우에도 제3자의 사업장과 이용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후폭풍이 거세다는 점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법안의 미비점을 지적하며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전사고 많은 건설업계ㆍ경영계 “보완입법”  

중대재해처벌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가장 근심이 큰 산업은 안전사고가 빈번한 건설업계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안전 관리 조직을 확대하고 있지만 기준이 모호해 처벌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관련법이 시행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되는 건설업체는 중소건설기업이 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위해서는 처벌 완화와 면책 규정 신설 등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영계는 국무회의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심의ㆍ의결된 것을 두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한다는 것인데 경영계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불분명한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의무내용 등이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수 차례 건의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사항이 충분히 검토 또는 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매우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법률규정의 불명확성도 시행령에 구체화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산업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모호하고, 향후 관계부처 법 집행과정에서 자의적 해석 등 많은 혼란과 부작용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근본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자체의 모호성과 하위법령으로의 위임근거 부재 등이 이유로 법률 개정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처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보완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행령의 국무회의 통과에 대해 경영계 역시 재개정과 제도 적용 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법률규정의 불명확성이 시행령에 구체화되지 못했다며 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처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재해 발생이 많은 건설업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안전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데도 의무조항이 너무 방대하고 모호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건설산업 영향과 보완 방향’ 보고서에서는 지난 2019년 사고 사망자 855명 중 50.1%가 건설업 사고 관련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설현장 특성상 노동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철저한 안전관리는 건설사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로서는 의무조항을 감당하기 버거운 부분이 많다는 입장이다.

본사가 속한 지역 외에도 많은 사업장을 관리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는데다 강화된 처벌로 사업주의 경영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법 시행 전 모호한 의무기준을 정비하고 안전관리에 드는 비용이 하위 업체에 전가되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입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대형 건설업체의 경우 한 업체당 수백 개의 현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해당 건설사 대표가 모든 현장의 안전을 관리할 수는 없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최고경영자를 구속한다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의무조치를 준수하기 위해 건설현장에 시설이나 안전인력 등을 강화할 경우 추가 비용을 시행사가 아닌 시공사인 건설사가 모두 떠안게 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공기업이 시행을, 민간 건설사가 시공을 맡아 아파트를 지을 경우 안전강화에 대한 추가 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하는 셈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의 의무조항이 너무 방대하고 모호한데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건설업체로서는 큰 부담”이라며 “시행령에 대한 개선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합리적인 처벌조항 마련 필요해”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허점이 있을 수 있는 법률의 보완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우선 중대재해는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 과실범에게 적합한 합리적인 처벌 조항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기업은 작업 중지, 행정제재, 회사 이미지 저하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기업 경영책임자는 이를 고의로 계획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징역의 하한형은 ‘형법’에서도 고의범에게 적용되는 매우 높은 강도의 처벌이다.

영국의 ‘기업과실치사법’은 개인에 대한 처벌 조항 자체가 없으며, 호주 관련 제도에도 개인 처벌에 대한 하한형은 없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과실범에 대한 징역 하한형을 상한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을 위한 비용을 사업비에 포함하는 등 수주산업인 건설업 특성을 반영한 안전관리비용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국내 건설사업 안전관리비용(‘산업안전보건법’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와 ‘건설기술 진흥법’의 안전관리비)의 계상 의무는 발주자에게 있으며, 이는 특정 발주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시설물을 생산하는 선 판매·후 생산 구조를 가진 건설업의 수주산업 특성을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건설사업에서 안전규제를 지키는 데 필요한 비용은 발주자가 결정한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 주체인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게 비싼 벌금을 부여한다고 해서 건설사업의 안전관리 비용과 이행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마지막으로 사업 주체 간의 안전관리 역할 분담 등을 통한 협력적 안전관리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고 원인을 제공하는 주체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다.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는 주체 간의 안전관리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특정 주체에 대한 처벌 강화는 사업 주체 간의 협력이 아닌 갈등 유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지양할 필요가 있다.

처벌 강화는 최선이 아닌 최후의 수단임을 명심하고 안전에 대한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ㆍ기업ㆍ근로자 간의 협업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신우기자 l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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