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삭도열병-깨씨무늬병 등
8월중순 저온-잦은비 원인
'신동진' 품종 도열병 약해
농민 "특별재해 대책" 촉구

6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 한 논에서 농민 박종주(65)씨가 이삭도열병등 등 갖가지 피해를 입은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전 전북 김제시 진봉면 한 논에서 농민 박종주(65)씨가 이삭도열병등 등 갖가지 피해를 입은 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학을 앞둔 도내 들녘에 이삭열병 등 병해충이 겹쳐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삭도열병과 잎도열병, 깨씨무늬병 등 유례없는 병해충 탓이다.

농가들은 ‘병충해 4중고’의 원인으로 낮은 온도와 장마에 따른 생육 불균형을 지목됐다.

녹색 이삭이 올라올 때쯤 닥친 태풍, 잦은 강수가 병충해 방제에 걸림돌이 된 것이다.

농가들이 병충해를 막으려고 논에 약을 치곤 했지만 비가 잦았던 탓에, 약이 비에 씻겨 내려가면서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병충해가 발생하면 방법이 약뿐이 없지만 기상 상황마저 도와주지 않아 피해가 커진 것이다.

이런 피해는 논농사를 많이 짓는 김제를 포함, 도내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6일 전북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도내 벼 전체 재배면적 11만4천509㏊ 중 지난 9월 13일 기준 3만376㏊가 이삭도열병, 1만684㏊가 벼알마름병에 들었다.

깨씨무늬병은 8천234㏊였다.

기술원은 2019년부터 발생한 도열병이 점차 확산하면서 8월 중순에 찾아온 저온, 잦은 비가 병충해 발병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열병에 약한 ‘신동진’ 품종도 원인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김제시 진봉면에서 논농사르 짓는 박종주씨(65)는 거뭇하게 갈변한 나락을 붙잡고 낮은 목소리로 수확을 걱정했다.

엷은 노란빛으로 영글었어야 할 벼 이삭은 이미 회색 쭉정이로 변한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박씨의 논 약 2천평(6천600여㎡) 절반 가까이에 이런 병충해가 덮쳤다.

그는 “농사를 지어온 40년 동안 이런 병충해는 처음”이라며 “이번 달 20일 수확 때 약 40%밖에 거둬들이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은 이를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특별재해지역 선포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군산 지역 농민들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적 강우로 발생한 올해 이삭도열병은 농민들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자연재해임이 분명하다”며 “수확 전 피해 상황을 정확히 조사하고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전북도의회 역시 김철수 의원이 발의한 ‘벼 이삭도열병 등 병해충 피해 지역 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지난 5일 채택, 피해 지역에 대한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병충해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각 시·군에 오는 8일까지 현황을 보내달라고 했다”며 “피해 현황이 파악되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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