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감독 최초 사진집 '너의 표정'
10년간 틈틈이 찍은 사진 100점 수록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집 ‘너의 표정’이 출간됐다

박찬욱 감독의 최초 본격 사진집 '너의 표정' -보통의 세계에서 경이를 발견하다 -박찬욱의 또 다른 일면,,부드럽고 도타워    

영화감독 박찬욱의 사진집 ‘너의 표정’이 출간됐다.

이번 사진집은 최근 10여 년 동안 틈틈이 찍어 온 사진 중에 100여 점을 엄선해 묶은 것으로, 그의 영화와 별개로 나온 첫 사진작품집이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특히 ‘올드보이’ 이후의 작품을 접한 관객은 그의 세계가 꼼꼼하고 화려한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가 오랫동안 찍어 온 사진들은 영화와는 다른 시선을 보여 준다.

달리 말하면, 그의 사진은 ‘영화감독 박찬욱’이 ‘박찬욱 월드’의 일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굳이 ‘조용히’라고 표현한 이유는, 실제로 그의 사진이 전달하는 감정의 진폭이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박찬욱의 사진은 감상자의 감각 또는 감정에 큰 충격을 주도록 연출하지 않는다.

물론 사진가 자신은 눈앞의 어떤 사물이나 풍경에 반응했기 때문에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 안에 담긴 놀라움은 강렬하거나 짜릿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도탑다.

의외의 장소에서 반가운 식물을 발견한 학자의 차분한 기쁨과 닮아 있다.

결국 ‘사진가 박찬욱’이 추구하는 것은 발견의 풍부한 가치이다.

풍경의 형태부터 인물의 말과 행동까지 원하는 것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 영화감독이라는 ‘전지적 시점’ 밖으로 나온 그는, 오직 세상이 자신에게 드러낸 광경 속에서 작지만 놀라운 순간을 선별해 포착한다.

그 순간들은 세상이 그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스토리를, 아이러니를 아주 잠시 드러내 보이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널브러진 방수포가 유럽의 인물 조각과 닮아 있고, 몸을 굽힌 고양이는 추상적인 형태를 지닌 덩어리처럼 보인다.

이런 의외의 표정-순간들은 결국 박찬욱이라는 예술가를 둘러싼 고정 관념에 도전한다.

현재 박찬욱이라는 이름은 탐미적이고 감정을 들끓게 하는 예술가-영화감독이라는 일반적인 인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사진가의 집요함조차 고요함 속에 잠겨 있는 '너의 표정'은 ‘감독 박찬욱’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빠져나와 은밀하게 내보인 ‘의외의 표정’이다.

방수포가 어느 순간 조각상으로 확장되듯이, 이 책 속에서 박찬욱은 세심하게 주시하고 수집하는 예술가로 변형 또는 확장된다.

데이비드 린치의 회화나 빔 벤더스의 사진이 그들의 영화와는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것처럼, '너의 표정'은 박찬욱이라는 세계를 더 깊이 탐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책에 실린 해설을 「씨네21」의 김혜리 평론가가 담당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영화감독 박찬욱의 필모그래피를 모두 이해하면서 사진을 비롯한 시각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김혜리는 사진과 영화를 아우르는 박찬욱의 예술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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