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한민국에서는 2,062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퇴근하지 못 했다.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에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 시행예정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많다. 

안전한 일터는 과연 가능할까.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금융기관의 근무환경도 결코 녹록치 않다. 각종 컴퓨터 단말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인한 질환으로 여성 직원들의 불임률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 돈 세면서 나오는 돈 먼지와 탁한 공기를 공기청정기 한 대에 의존하기는 턱이 없다. 게다가 장시간 코로나19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피부질환은 덤이 되었다. 그리고 각종 사업추진을 위한 잦은 회식 자리도 결코 건강관리에 자유롭지는 못하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중대재해와 노동 과정에서 업무상 일어난 사고로 인한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인 산업재해, 직업병에 대한 경각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한다는 건 당연한 권리이다. 사실 건강보다 안전이 우선이며, 사업장이 안전해야 건강을 말할 수 있기에 투명경영과 함께 건강경영이 노사 모두의 슬로건이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에게 ‘건강경영’은 낯선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는 직원의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한 전략적 자산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또한 국민과 노동자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건강경영’이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을 시사해준다. 

코로나19의 등장과 장기화는 기업에게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콜센터와 물류센터 등에서 발병한 집단감염이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해도 언제 어떤 형태의 집단감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기에 그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도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될 것이다.

노동자가 건강한 것이 기업에도 이득이 된다. 건강경영은 기업이 경영전략 중 하나로 노동자 건강을 바라보고, 일터에서 노동자 건강을 증진시켜 생산성 향상과 이윤 창출을 도모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이직률 감소, 업무 집중도 증가, 결근율 감소와 나아가 지속가능한 경영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한국의 건강경영은 ‘취약’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건강경영은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경영의 우선순위에 노동자의 건강을 두는 것을 사회적 책임이라고 여겨야 할 것이며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경영에 쓰일 비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규모 사업장 등은 사업주 의지가 있더라도 건강경영을 실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019년 12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을 근거로 올해 12월 4일부터 ‘건강 친화기업 인증제’를 도입한다.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는 노동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직장 내 문화와 환경을 건강 친화적으로 조성하고, 노동자 스스로 건강 확인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에 정부가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서 제대로 잘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정부의 강제와 제도도 필요하지만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건강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도 중요하다. 그런 기업이 박수를 받고 본보기가 되며, 노동자 건강이 경쟁력이 된다는 사회적 격려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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