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일반계고 90% 전면도입
원하는 과목 직접 선택 수강
성취도 학점 40% 미달시 미이수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 지원
도교육청 고교학점제추진단 구성
현 30개교 고교학점제 시범운영

교육부 학생 개별화된 교육 제공
자율적 인재양성교육 도입 불가피
학령인구감소 교육주체 진로설계

정규교원-교실확충 등 현실 달라
여건 조성 우선 3년내 도입 성급
성취평가제-학생부전형 필수
학점제 시해잉후 정시 유지시
수능과목만 선택 불균형 심화

교육감후보들 필요한 정책이나
철저한 준비 후 시행 필요 조언

교사 업무과중-수업시설 확보
상대평가시 과목별 유불리 편차
입시 유리한 과목 쏠림현상 우려
대입제도-고교체제개편 시급
농산어촌 선택과목 개설 한계
도-농학교 격차 심화 과제 산적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교육 공약’으로 자율형사립고 폐지와 함께 대표적인 교육정책 중 하나다.

교육부는 올 2월까지만 해도 일반고의 경우 현 초등학교 6학년이 고교 1학년이 되는 오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를 전면 시행키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지난 8월 현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3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키로 계획을 수정해 도입 시기를 2년 앞당겼다.

그간 획일화된 입시 위주의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들이 자기 주도 학습으로 적성과 진로에 맞게 다양한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취지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교육현장의 필수 선행조건과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초·중등 교육체계에 크게 영향을 미칠 고교학점제를 불과 1~3년 이내에 차질 없이 도입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은 고교학점제 본격 적용과 함께 2024년 2월 수학능력시험 등 대입 개편안까지 앞두고 있어 교육현장의 혼선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고교학점제의 도입 취지와 운영방식, 교육계 전반의 반응, 문제점, 앞으로 풀어야 될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고교학점제는 어떤 제도인가?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기초 소양과 기본 학력을 바탕으로 진로나 적성에 따라 과목을 직접 선택하고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한 학점을 취득하고 누적하여 졸업하는 제도다.

오는 2023년부터 고교생들은 이전의 고등학생들처럼 주어진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보통 교과의 기초 과목이나 탐구 과목뿐만 아니라 교양 과목, 진로 선택 과목 등 다양한 과목을 직접 선택해 수강할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고교학점제 도입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을 지원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역량을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며 미래 사회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직업 세계 안에서 자신의 진로를 직접 찾고 설계하며 그에 따라 필요한 배움 역시도 스스로 결정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의 진로 개척 역량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학생들이 다양성을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고 학생들의 의욕까지 저하시키고 있는 수직적인 교육과정에 변화를 줌으로써 개개인의 다양한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2023학년도부터 일반계고 90%에 고교학점제가 우선 적용된다.

수업은 현행 205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줄어든다.

학생들은 1학년 땐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을 공부하고 이후 원하는 과목을 배우게 된다.

현재 중1·중2에게 고교학점제가 적용되는 동안엔 내신이 현행대로 상대평가 방식이 유지되지만 초등 6학년이 고교에 진학하는 2025년에 선택과목의 경우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적용된다.

고교학점제에선 성취도가 학점 이수 기준인 40%에 미달할 경우 ‘미이수’ 처리된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미이수 학생을 대상으로 ‘최소학업성취수준 보장지도’를 지원하고 재이수 기회를 제공해 낙오하는 아이가 없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보장지도는 2023학년도부터 공통과목에, 2025학년도부터는 전과목에 각각 도입된다.



▲전북교육청, 고교학점제 추진단 구축

전북교육청은 고교학점제의 기반 조성을 위해 ‘전북 고교학점제 추진단’을 구축했다.

전북 고교학점제 추진단은 부교육감을 단장으로, 주관부서인 학교교육과를 비롯해 정책공보관·교원인사과·교육혁신과·민주시민교육과·미래인재과·인성건강과·시설과 등 관련 실과장이 참여한다.

또한 각 부서의 고교학점제 정책 분야별 업무 협력 담당자들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정책 협의 사안이 발생한 경우 수시로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 추진 업무와 협력은 고교학점제형 교육 제도 기반 구축, 학생중심 학교 운영 지원 방안 마련, 고교학점제 지원 체제 구축 등에 관한 사항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고교학점제와 관련된 정책 협의 사안이 발생한 경우 수시 협의를 진행하고, 학교 지원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연구학교는 전북사대부고, 준비학교(선도학교)로는 고창고를 비롯한 29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019년 6개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0개교에서 고교학점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교원단체들 반응, 고교학점제 도입 시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중

교원단체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시 일선 교육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전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전국 고교 교사 2,2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2.3%(1,595명)가 고교학점제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학교 현장 제도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여건이 부족하다', '학생의 자기주도를 강조하는 것이 교육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다' 등의 이유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또 과목이 다양해질 경우 교사 수급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고교학점제를 도입해도 대학 서열화를 개선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 역시 많았다.

교총 관계자는 "교육여건 조성, 내신평가·대입제도 정비, 교육에 있어 도농격차 축소 등 학점제 시행을 위한 사전 과제가 너무 많다"며 "학교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지난 7월 일반계고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 교원 548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도입 재검토’(65.8%), ‘도입 반대’(26.9%)처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고교학점제 도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획일적인 입시 위주 학습과 경쟁 부담에서 벗어나 원하는 과목을 잘 배울 수 있도록 한다는 제도인 만큼 내신과 대입전형에서 성취평가제와 학교생활기록부 중심 전형이 필수적이란 의견이 많다.

하지만 2023·2024학년도 고교학점제 단계적 도입 이후 한동안 현행 평가제도와 상당한 비중의 정시(수능 위주)전형이 유지된다.

전교조 전북지부 관계자는 "대입 중심의 교육체제에서 학점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과목만 택해 학습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며 "학점제 도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하면 충분한 논의를 거쳐 도입을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기 전북교육감 후보들 시각…고교학점제 도입 기대반-우려반 지적

내년 6월 전북교육감 선거에 출마예상 후보들이자 도내 교육계 전문가들은 고교학점제 도입과 관련, 교육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지만 성급히 서둘지 말고 철저한 준비를 갖춰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거석 후보(전 전북대총장)는 "고교학점제는 교육과정, 교원수급, 예산, 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복잡한 정책이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전북은 타 시도에 비해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나 시범학교 도입도 늦었고 현재도 전체 96교 가운데 31개교(32%)만 고교학점제 준비학교를 실시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면서 "고교학점제가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전문교사의 확충과 스마트 교육공간, 기자재 확충 등 학교와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항근 후보(전 전주교육장)는 "고교에 재직시 교육부에 앞서 시행해 봤고 최근 전북교육청 대표시민감사관으로 정책을 감사하면서 고교학점제 준비상황을 감사해 본 결과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생각을 했다”면서 "교원단체의 반대도 문제 제기이지 반대는 아니다. 고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문제해결을 위해 교육감 직속 고교학점제 준비 및 교육과정 분권화를 위한 TF를 구성하고 도내 시범학교 경험을 바탕으로 고교학점제의 필요 조건들을 교육부에 강력히 요구해 나가겠다"고 피력했다.

차상철 후보(참교육희망포럼 상임대표)는 "기본적으로 고교 학점제는 찬성한다. 단 중요한 두 가지 문제가 선결돼야 하는데 대입제도에서 정시를 계속 정부가 확대하면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근본 취지에 위배된다”면서 "대입제도의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고 학교 내에서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꿔야 하는데 정부가 상대평가를 고집하면서 고교학점제를 하자는 것이 반대논리다. 교육과정의 다양성을 살리자는 취지에 반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같이 진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호성 후보(전주교대 교수)는 "고교학점제 취지는 학교교육의 다양화로 교육적 관점에서 보면 좋지만, 현재 전북의 상황은 무리다. 전북의 고교는 소규모 학교가 많기 때문에 콘텐츠를 많이 제공해야 되는데 그런 측면에서 준비가 덜 됐다”면서 "고교학점제가 문재인 정부 공약으로 제시됐기 때문에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교육감에 당선될 경우 어떤 형태로든 국가에 콘트롤 타워가 있듯이 전북차원의 콘트롤 타워를 만들어 고교학점제의 체계적 준비를 통해 임기 내에는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주장했다.

황호진 후보(전 전북부교육감)은 "이미 고교학점제에 대한 정책토론회를 전북에서 처음으로 개최했는데 고교학점제는 우리 교육의 근간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면서 "2025년에 전면 시행돼야 할 뿐 아니라 전북이 앞장서 선구적으로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실천능력이 있는 자, 실행능력을 갖춘 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제기되는 여러 문제를 보면 찬·반여론이 만만찮지만 굉장히 지엽적인 문제로 얼마든지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제언했다.



▲“시대적 변화…고교학점제 불가피” vs “교육현장 혼란…시기상조”

교육부를 비롯해 고교학점제 찬성측은 4차 산업혁명 등 시대 변화에 맞춰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인재 양성 교육을 위해 도입이 불가피한 시대라고 강조한다.

학령인구 구성비가 1990년 31.2%에서 2030년 11.7%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쟁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이 교육주체 간 협력과 성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이 학업의 주체로서 진로를 고려해 교육체제를 설계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때 학생들이 적극적·능동적 학습자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되고, 학교는 학생들에게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고교학점제는 학생 선택을 존중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체화한 정책으로 우리 교육의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2020년 마이스터고, 내년 특성화고, 2025년 일반계고에 도입되는데 특히 일반계고는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만큼 오늘 방안을 바탕으로 학교 현장과 2024년까지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는 대입제도 하나만 손질하는 데도 혼란과 진통이 극심한 우리 사회에서 초·중등 교육 체계는 물론 대입제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고교학점제를 불과 3년 내 차질없이 도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양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해 일선 교사 대다수가 2025년 전면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도 이상과 현실은 다른데 너무 성급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학생마다 적성과 희망 진로에 따라 듣고 싶은 과목이 다양할 텐데 담당 교원을 충족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정규교원과 교실확충 등 고교학점제 여건 조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닌데 무자격시 기간제 교원 양성부터 추진하겠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고교학점제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 정규교원 확충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풀어야 될 과제

고교학점제는 수업방식과 학교시설 운영 등의 문제뿐 아니라 대입전형, 자사고·외고 폐지,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여러 교육현안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제도 정착까지 많은 난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다는 지적이 많다.

고교학점제로 개설 과목이 늘어나면 교사의 수업과 평가 관련 부담도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담임교사의 경우 진로상담부터 선택과목 설계, 학업관리 등으로 업무가 과중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다양한 선택과목이 개설되고 교실을 옮겨가며 수업하기 때문에 교실도 확충돼야 한다.

다양한 수업을 위한 교과별 교실, 진로활동실, 자율학습실, 진로·학업 상담공간 등의 공간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여러 과목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학교 시설을 확충하고 교육청이나 지역 공공기관 등 학교 밖 유휴 공간도 고교 수업시설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고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원점수·평균·표준편차 등 상대평가 점수와 절대평가에 따라 산출된 점수와 등급을 병기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평가 제도하에서 고교학점제가 운영되면 각 과목별로 유불리 편차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수강 인원이 적어질 수록 좋은 등급을 받기 어려워지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몰리는 과목은 수강 신청을 기피하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보다 유리한 과목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현 대입 제도 하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돼도 국어·수학 등 입시에 유리한 주요 과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성취평가제(내신 절대평가)의 도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내신을 현행 9등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인 성취 평가제로 바꾸기 위해선 대입제도 개선, 고교 체제 개편과 연계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함께 고교학점제가 도·농지역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산어촌 학교의 경우 교사나 교실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교 현장 교사들은 고교학점제를 위해선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교원 확충이 중요한 데 담당교원 수급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시키는 것도 관건이다.

이와 함께 대도시와 중소도시, 농어촌 지역 간 교육 등 사회적 인프라나 학교·교사별 역량 차이에 따른 교육프로그램 수준 격차 확대 가능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큰 과제로 떠오른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방향성에 대해 이견은 없지만 전면도입까지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고교학점제를 적용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한 뒤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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