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 해결하기 위해 아침부터 줄서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3일 오전9시30분.

전주 노송동 예손사랑나눔에서 운영하는 무료 급식소 근처.

점심 한 끼 식사를 위해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장애인들이다.

매주 수요일 제공하는 가래떡과 생수, 마스크를 담은 ‘떡꾸러미’를 받기 위해 줄을 선다.

제공시간은 보통 10시40분, 한 시간 전부터 재촉한 발걸음들이다.

지난 2017년4월에 문 연 예손사랑나눔은 매일 100여 명에게 따뜻한 밥과 국에 반찬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확산되자 작년 10월부터 ‘밥에서 떡꾸러미’로 전환했다.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정부의 모임금지 조치로 집단 급식이 불가능해지자, 끼니를 거르는 어려운 이웃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생각해 고안한 게 떡꾸러미다.

도시락처럼 가래떡을 포장하고 생수를 곁들어 배식하는 방법으로 바꾼 것이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송병희 장로(전주침례교회)는 “누군가는 생활비를 걱정할 때, 또 누군가는 밥을 걱정한다”면서 “이분들은 한 끼니 해결을 위해 아침부터 줄 선 사람들이다”고 했다.

“인건비에 임대료를 걱정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연일 뉴스에 나오지만 진작 끼니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과연 누가 밥 먹여 줘야 합니까” 송 이사장은 이들에게도 작은 관심과 나눔을 호소했다.

전주 모래내시장 일대에는 인력사무소가 제법 많다.

복개된 건산천 주위로 7개 정도 자리 잡고 있다.

10여 년째 날품 팔아온 50대 K씨는 미장전문가다.

다른 일보다 품삯도 많고 손발 맞는 깐부끼리 함께 일해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리 일이 없어도 일주일에 서너번 정도는 출근부에 도장을 찍었다.

허나 작년부터 불경기로 말라붙은 막노동 시장을 코로나가 덮쳐 날품마저 삼켜 버렸다.

일감 없어 허탕 치기 일쑤다.

오늘도 공칠 것을 알면서도 이 곳을 찾았다는 그는 양촌리 커피에 줄담배만 빨아댔고 허탈감을 연거푸 뱉어냈다.

“나라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권력다툼에 혈안이 되어 편먹기만 신경 쓰지 우리 같은 밑바닥 인생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초면에 말붙일 요령으로 선거, 정치이야기를 꺼냈다가 혼쭐났다.

“그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나 밥먹여 줍니까, 떡먹여 줍니까. 자기 욕심만 채우면 그만입니다. 공정,평등,민주,정의.... 이딴 거 다 사기예요. 정치는 국민들을 배부르고 등따숩게 하는 겁니다. 어려운 사람들 밥먹여 줘야 합니다.”

연일 방송되는 대통령 후보들, 어느 한분 우리네 심정을 제대로 알까요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경기는 심리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위드코로나가 시작되자 포스트코로나가 된 것 같은 사회 분위기다.

너도 나도 약속을 잡고 모임날짜를 선택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음식점에도 고객이 늘어 제법 온기가 돌고 있다.

전주 진북동에서 콩나물국밥집을 하는 B씨는 직원 2명과 함께 일한다.

“반토막 난 매출이 요즘 들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면서 “예약 전화도 조금 늘었고 점심 고객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그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밤11시에도 먹자골목에는 전보다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어려운 사람에게 밥 먹여 주는 정치, 힘들 때 눈물 닦아주는 정치, 하기 싫고 힘든 것을 먼저 하는 정치.

서민들이 원하는 생활정치가 아닌가.

이슈나 문제는 빙산과 같은 모습이다.

빙산의 뿔처럼 10%만 눈에 보이는 것이 ‘현상’이고 물속에 잠겨 90%가 보이지 않는 게 ‘본질’이다.

떡꾸러미, 날품팔이, 먹자골목 등은 현상이다.

현상은 현실로써 본질의 일부를 드러낼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한 문제의 핵심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게 정치의 기술이다.

정치인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춰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실력 있는 실천가, 밥 먹여 주는 생활정치가 긴요한 이유이다.

/하대성 민주도당 을지로위원회 부위원장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