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의 악마 세계관과 개념

개신교 마틴루터이론부터 구약성서
인류역사상 악의 진실한 대응 사랑

<제프리 버튼 러셀>은 서구 정신사 속에 나타난 악마의 개념을 시대 순으로 추적 분석한 4권의 명저를 썼습니다. 실은 그것도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데블>, <사탄>, <루시퍼>, <메피스토텔레스>까지 네 권의 책을 모두 합하면 1764쪽이나 됩니다. 악마의 문화사는 다행히 네 권을 축약하여 본문만 401쪽인데 대체로 축약본은 뺄 내용이 단 한 줄도 없어서 아주 알찹니다. 원래 원본도 읽었어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나서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네 권의 책은 아직 판매하는데 이 책은 절판 상태입니다. 그렇다고 잘 팔릴 리가 없어 보여 다시 찍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꼭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악마 관념은 과학적인 세계관이라는 견지에서는 확실히 미신이지만 조로아스터교,  고대 헤브루 종교(현대 유태교와는 다른), 기독교,  이슬람의 관점에서는 미신이 아닙니다. 이들 종교의 세계관과 악마 개념이 일관되기 때문입니다. 이 종교들이 일신교이기 때문에 악에 대한 신의 책임이라는 문제가 세계관을 좌우합니다.

주로 기독교와 이슬람교에서, 악이 존재한다는 것과 선하고 전능한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무리없이 끼워 맞출 수 있나의 답을 고민합니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노선으로 제시하는데, 하나는 신은 있는 그대로의 우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우리는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된 예정된 세계에 살고 있다는 이론입니다. 이는 개신교, 특히 <마르틴 루터>의 논리입니다. 다른 대답은 신의 절대적인 권능에도 어느 정도의 제한이나 한계가 있다는 이론으로 카톨릭 등에서 채용합니다. 신이 천사나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부여했는데 그 중 싹수없는 천사 중에서 반역의 무리가 나와 <사탄>이나 <루시퍼> 등의 악마가 되었다는 이론입니다.

먼저 구약성서, 신약성서에서의 개념을 고찰합니다. 초기 기독교의 논쟁을 정리하는데 <아우구스티누스>, 가짜 판관 <디오니시우스> 등의 탁월한 해석을 소개합니다. 이때는 주로 <사탄>이 악의 주인공입니다. 중세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 등의 스콜라 철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는데 이 시대에서는 <루시퍼>가 악마의 우두머리로 대두되는데 철학, 문학, 연극 등에서의 개념 변화를 다룹니다.

현대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유물론적 사고가 발달하기도 하고, 악마의 존재를 무시하게 되는데 오히려 신에 대한 신앙이 약화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근본적인 악이라는 개념이 배제되게 됩니다. <사탄>이 상징하는 근본적인 악이라는 개념, 즉 <사탄>이란 근본적인 악이 의인화된 자이며, 인간들이 언제나 악을 이해하고 맞서려 했기 때문에 의미를 잃지 않는다고 결론짓습니다. 그리고 인류 역사를 통틀어 악에 대한 여러 대응 중에서 진실로 먹혀든 것은 <그리스도>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까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나오는 <알로샤 까라마조프>의 행위, 즉 사랑으로 충만한 삶이었다는 결론을 맺는 명저입니다. 

/박정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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