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곳곳에 늦가을 정취가 묻어나고 있다. 굳이 유명한 산에 가지 않아도 길가의 가로수나 공원의 나무들이 천연 염색제를 뿌려놓은 듯 오색 단풍으로 아름답게 물들어 있다. 지난 주말이 ‘입동’이었으니 이제 날씨도 더욱 추워지고 본격적인 겨울로 들어설 것이다. 

예부터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 서민들에게 추운 겨울이 되면 가장 걱정되는 건 난방과 먹거리다. 나무를 때던 시절의 시골마을에서는 야산에서 나무를 채취해 쌓아 두어야 했고, 도심의 가정들은 연탄으로 난방을 하던 때가 있었다. 이후 기름보일러와 도시가스 공급으로 편안한 난방을 하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획기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연탄을 때야 하는 이웃들이 있다. 한 봉사단체의 봉사자는 연탄은 지자체나 각계 봉사단체 등에서 무료로 지원해주는 측면이 있어서 돈을 아끼려면 연탄을 때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필자가 몸 담고 있는 일터 노동조합에서는 사단법인으로 지역사회공헌단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십시일반 공제한 돈으로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집 고쳐주기, 연탄나누기, 김장행사, 쌀 나누기, 코로나 위기 극복 등의 행사를 진행 해 오고 있다. 지난주에는 전주 관내에서 연탄 나눔 행사를 했는데, 두 시간 여 잠깐의 수고가 안 쓰던 근육을 뻐근하게는 했지만 연탄창고에 쌓인 연탄을 보고 흐뭇해하는 할머니의 미소를 보고 피로가 싹 가심을 느꼈다.  

김장 담그기 행사도 ‘농가주부모임’, ‘고향주부모임’ 회원들과 함께 1친2백포기 배추를 담갔는데, 600여 상자의 김치가 쌀과 함께 전달되었으며, 다음 주에는 추가로 400여 상자의 김치를 전달할 수 있게 되어서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따뜻한 아랫목과 한 그릇의 쌀밥과 김치가 있으면 한겨울 추위도 어느 정도는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연탄은행이나 복지시설 관계자들에 의하면 최근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기부와 봉사가 현저히 줄어 어려운 이웃들은 더욱 힘든 겨울을 날 수도 있다 하니 이럴 때일수록 한 번 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들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는 종종 어려운 이웃들을 두고 ‘소외계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이 단어의 사용에 필자는 쉽게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도대체 그들은 왜 소외되었으며 누가 그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인가. 복지사각지대는 반드시 없애야 한다. 대선 레이스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국민대통합’을 외치기도 하고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경제적 불평등 해소와 국가책임 강화 등을 요구하며 대선 대응기구를 발족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느 정권인들 국민대통합과 불평등 해소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들이 표를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외치는 것인지, 진정성과 진심을 가지고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제대로 된 정책의 부르짖음인지 냉철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본주의 한국 사회에서 조금 더 가진 자들이 ‘노블레스오블리주’를 실천하려 더욱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한 번 더 살펴보고 함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 해 본다.

/박병철 전북농협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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