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10월 13일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소위 10.13.특별선언이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되고 2년이 지난 뒤에는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과 같은 5대 범죄의 발생률이 선포 전과 비교해 5.9%나 감소했다고 한다.

정치적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국민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 특별선언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인기도 실제 선언만큼은 아니었다.

 최근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련의 범죄와 범죄의 증가 현상, 범죄의 흉포화 등은 심각한 상황이다.

데이트 폭력으로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하고, 세 살짜리 의붓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 모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들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은 2011년에 총 11,840건이 발생한 이후로 증가 추세를 보이며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총 13,965건이 발생했다.

아동학대는 2018년 2만 4,604건에서 2019년 3만 45건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는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러한 통계만 봐도 범죄, 특히 약자에 대한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다.

전체적인 범죄 발생 건수만 봐도 2019년 약 129만 건, 2020년 기준 약 159만 건 정도다.

통계를 떠나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이런 생각은 과연 필자만 하는 것일까? 범죄예방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임에도 지금은 국민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정책은 범죄예방 보다 사후 처벌에 집중되어 있다.

법무부나 경찰은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일상적으로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범죄 대응에 대한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범죄와의 전쟁 시즌 2가 나와야 하는 이유다.

범죄와의 전쟁 시즌 2를 선포한다면 검찰과 경찰력에 의존한 시즌 1과는 달라야 한다.

검찰과 경찰 차원의 노력과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범정부적인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

먼저 (가칭) 범죄예방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이 법률에는 범죄예방 종합대책에서부터 시작해 인적·재정적 지원은 물론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책이 망라되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 직속으로 범죄예방대책위원회를 신설해 범죄예방대책을 총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책위에는 다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범죄, 아동학대범죄를 비롯해 강력범죄, 보이스피싱범죄 등의 분야로 나누어 집중적이고 전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범죄예방과 관련된 부처 및 주요 기관이 참여하는 국무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해 각 기관의 정책 추진 현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예방의 손과 발 역할을 하는 검찰과 경찰이 적극적이고 대대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대통령 후보라면 모름지기 이러한 공약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후보도 대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얼마 전 아동학대범죄 예방대책을 발표하고 캠프 내에서 범죄예방종합대책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아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범죄와의 전쟁은 특히, 범죄에 대한 사후 대책 보다는 사전 예방이라 차원에서 보다 큰 의미가 있다.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범죄를 뿌리 뽑을 수는 없겠지만 범정부 차원의 범죄예방 대책만으로도 효율적인 범죄예방이 이뤄지고 범죄의 일반예방적 효과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은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고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느끼며 생활할 수 있다.

다음 대통령에게서 범죄와의 전쟁 시즌 2를 기대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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