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근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

지역 정체성 대표하는 역사적 산물
전라감영 콘텐츠 내재된 의미 재창조

전라감영 600년의 역사를 한 눈에 정리한 이종근의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가 출간됐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남북도 및 제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은 한국전쟁으로 소실됐고, 이후 70년만에 복원공사를 마치고 2020년 10월 7일 개방됐다.

이날 기념식은 ‘찬란한 꽃, 천년의 열매-전라감영’을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은 1884년 전라감영을 다녀간 미국대리공사 조지 클레이튼 포크(George Clayton Foulk, 1856-1893)의 사진 속에 담겨진 승전무와 전라감사 교대식 공연으로 시작됐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전라도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은 1951년 한국전쟁 중 폭발사고로 완전히 사라졌고, 이듬해 전북도청사가 지어졌다가 도청이 서부신도심으로 이전하면서 ‘전라감영 되찾기’ 계획에 따라 추진됐다.

앞서 전주시와 전북도는 2017년부터 총사업비 104억 원을 투입해 옛 도청사를 철거하고, 동쪽 부지에 선화당 및 관풍각, 연신당, 내아, 내아행랑, 외행랑 등 7개 핵심 건물을 복원했다.

이에 따라 전라감영 콘텐츠의 발굴과 활용이 더욱 절실하다.

이종근의 신간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는 전라감영에 대한 콘텐츠를 널리 알리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기획됐다.

책의 내용 일부를 보면 1884년 전라감영에서 아침 밥상을 먹은 조지 클레이튼 포크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관찰사 김성근에게 극진한 대접을 받은 다음 날 오전 그는 ‘콩을 섞은 쌀밥과 무와 계란이 들어간 소고깃국, 꿩탕, 숯불구이, 닭구이, 콩나물무침,,,.’ 등으로 소개했다.

포크는 당시 조미수호통상조약으로 전라감영을 방문하기 6개월 전 주한미국공사관에 임명됐다.

그는 음식 종류와 위치를 그림으로 그리고 번호를 매겨 여행일기에 기록했다.

‘가슴까지 차오르는 엄청난 밥상’이라 극찬도 했다.

포크의 기록은 미 국무부 명에 따라 조선의 경제적 가치를 조사하기 위함이다.

또전주의 음식문화와 조리법을 알 수 있게 기록한 최고(最古)·최초 문헌이자 타지역 감영에서 발견되지 않은 감영의 접대 연희 상차림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1872년 전라감영 전주의 봄날 모습도 엿볼 수 있다.

'전주지도(全州地圖, 보물 제1586로 지정,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에 보이는 1872년 전주의 봄 풍경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 지도는 전주성 안팎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민가, 감사 일행의 행차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경기전 주변의 수목과 새들, 만개한 복숭아꽃까지 생생하게 묘사되는 등 화사한 봄날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있다.

전주성 안에는 '관찰사의 청사'인 선화당을 비롯한 감영 건물과 부윤이 집무하던 본관, 객사, 경기전, 옥사 등의 건물이 그려져 있고, 성밖 우측 하단에는 전주향교, 한벽당 등 전라감영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아스라히 펼쳐지면서 울긋불긋한 복숭아꽃의 향연은 끝이 없다.

66년만에 전라감영으로 옮긴 비석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가공원 화장실 옆 비석군이 전라감영이 복원되면서 서편 부지로 광장 형태로 조성됐다.

저자는 이 비석들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하며 전라감영으로 이전을 하게 된 이유를 서술하고 있다.

아쉬움도 있다.

한국은 물론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역사적 산물임에도 불구, 내재된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이 결여된 만큼 행정 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전라감영 전주의 외관과 이미지만 있을 뿐 스토리가 없다는 말을 듣지 않는 게 저자의 바람이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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