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만 해도 사방 온 천지가 아이들에게는 모두 놀이터였다.

집에서도 놀이터에도, 학교 운동장에서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산과 들, 마을 어귀와 골목길마다 울려 퍼졌다.

당시 아이들은 산과 들을 뛰면서 기초체력을 길렀고, 면역력도 자연스럽게 키웠다.

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키즈카페나 몇몇 놀이터 등을 일부러 찾지 않으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기가 어렵다.

시민들의 거주 형태도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아이들은 집에서조차 층간소음 등을 이유로 뛰어놀기 어려워졌다.

흙과 모래, 풀밭이 있던 곳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였고, 마을어귀와 골목길, 아파트 주차장 등도 늘어난 자동차 수만큼 위험한 곳으로 변해 뛰어놀기 어려워졌다.

이제 더는 세상이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다.

하지만 그냥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다.

모든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 모두는 아이들을 함께 보살피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뒷받침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인 전주시는 지금 5가지 야호플랜을 가동하면서 놀이터도시를 만들고 있다.

야호 플랜의 첫 번째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놀며 상상력과 모험심을 기를 수 있는 ‘야호 생태숲 놀이터’를 만드는 일이다.

두 번째는 과거 단순히 책만 읽고 공부했던 도서관을 아이들이 책과 함께 놀면서 성장할 수 있는 ‘야호 책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세 번째 야호플랜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놀이를 통해 예술을 접하며 감수성과 예술성 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인 ‘야호 예술놀이터’다.

네 번째인 야호학교는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와 같은 전주형 전환·대안교육 모델로,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꿈을 펼치고 창의적이면서도 주도적으로 자기 자신의 삶을 바꿔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끝으로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 뿐 아니라 아이들의 생물학적 부모이자 생애 처음 만나는 멘토인 부모가 부모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나갈지, 또한 아이들에게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할지를 알리는 ‘야호 부모교육’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야호플랜은 전주를 아이들이 존중받는 도시, 아이들이 편한 도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도시, 즉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전주시는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시의회 의결을 거쳐 아이들이 마음껏 떠들고 뛰놀 수 있게 만들기 위한 ‘전주시 아동 놀 권리 보장’ 조례도 제정했다.

또 오늘(9일) 야호학교 인후공간에서 ‘야호교육 비전 선포식’도 갖는다.

야호교육의 비전은 ‘스스로 찾고, 함께 배우며, 무엇이든 가능한 미래로! 야호!’로 정해졌다.

선포식에 이어 2부 순서로 제리 제퍼스 전 아일랜드 국립 메이누스대 교수, 야콥 옌슨 덴마크 프리스콜레협회 국제컨설턴트 등 국내외 전환교육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포럼도 열린다.

이러한 전주시의 노력은 모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또 행복할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될 것이다.

다시, 세상의 모든 곳은 아이들의 놀이터여야 한다.

모든 도시는 모든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워내야 하고, 모든 아이들은 어디서든 맘껏 뛰어놀 권리를 누려야 마땅하다.

지금 시청 앞 놀이터에서, 팔복예술공장에서, 덕진공원 맘껏숲에서, 곳곳의 숲놀이터에서, 심지어는 도서관에서도 우리 전주의 미래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전주는 도시 전체가 힘을 모아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워내는 놀이터도시로 나아가고 있다.

/최현창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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