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수-양재천씨 동료 북한
찬양 사실 신고 안해 4개월
옥살이··· 유족 재심 재판서
'불고지죄' 무죄 선고 받아

북한 찬양 사실을 인지하고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불고지죄'로 끌려가 옥살이를 한 어부들이 세상을 떠난 52년 만에 무죄를 선고 받고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형사1단독 노유경 부장판사는 15일 임도수(36년생·사망)씨와 양재천(16년생·사망)씨의 반공법상 불고지죄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임씨 등은 1966년과 1968년, 동료 선원의 북한 찬양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즉시 수사기관에 고지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1969년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1년 형을 받았다.

이들은 4개월간 옥살이를 하는 과정에서 담당 수사관들로부터 불법 감금, 가혹행위까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도수씨는 지난 2020년 9월8일, 양재천씨는 1973년 12월22일에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번 재심사건은 고인이 된 아버지들의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나선 유족들이 재심을 신청하면서 추진됐다.

이후 지난 9월 군산지원 노유경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이들에 대한 임의동행과 체포, 구속이 위법했고, 수사과정에서 폭행,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점 등이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을 통해 인정된다며 재심개시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체포될 당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구속영장 집행이 이뤄졌다거나 긴급 구속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어떠한 자료도 찾을 수 없었다"며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들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수사 과정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고문, 가혹행위가 이뤄진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공법(현 국가보안법)은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을 때 처벌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이러한 위험을 발생시켰다고 볼만한 행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에 적시했듯이 국가가 국민에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범했다"며 "재심의 결과로 고인이 된 피고인들의 명예가 조금이나마 회복됐길 바란다. 많이 늦었지만,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위로했다.

이번 선고로 고 임도수씨와 양재천씨는 불법 체포돼 구금된 지 52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게 됐다.

유족들은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주고 싶어 재심 신청을 하게 됐다. 무죄 선고가 내려지는 순간 아버지 생각이 나서 울컥 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많이 좋아하실 것 같다”면서 “이번 무죄 선고로 고인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정병창기자 wooju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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