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전북에서 국무회의를?

좀처럼 상상이 안 된다.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전북에서 국무회의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국무회의란 게 자치단체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니 당연한 의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알고 보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느낄 것이다.

국무회의는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중요한 정책을 심의하는 헌법상 기관이다.

헌법상 국무회의는 대통령 및 국무총리를 비롯해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무위원은 원칙적으로 장관들이다.

국무회의의 의장은 대통령이고, 부의장은 국무총리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장관들이 모여 국가의 중대사를 심의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더라도 대통령은 그 의결에 구속되지 않지만 국무회의가 국가의 최고 정책결정 기관으로 중요한 회의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렇듯 국무회의가 국가의 중요정책 심의기관이고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보니 국무회의는 청와대에서 열린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국무회의 때가 되면 전 부처의 장관들이 청와대에 집결한다.

국무회의가 아니면 부처의 장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보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전북도청이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무회의를 연다는 게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국무회의를 반드시 청와대에서만 할 필요가 있을까? 장소를 옮겨 전북도청에서 할 수는 없을까? 각 자치단체에서 진행할 수는 없을까? 헌법과 법률 어디를 봐도 청와대에서만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장소를 옮겨 국무회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무회의에서 심의하는 국정은 자치단체와 관련된 정책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에 자치단체로 자리를 옮겨 국무회의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만약 어떤 국무회의가 반드시 국정만 논의해야 하는 자리로 자치단체에서 할 실익이 없다면 제2의 국무회의, 일명 균형발전 국무회의를 신설해도 좋다고 본다.

제2의 국무회의는 반드시 자치단체를 순회하며 개최하고, 자치단체와 관련된 안건을 심도 있게 논의하며 자치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지방분권의 물결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지방분권에 따라 자치단체가 지방정부로 변경되고 중앙정부와 거의 대등한 입장이 되면 지방정부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하는 의미와 실익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이 더 긴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치단체에서의 국무회의 개최를 통해 대통령과 중앙정부가 지방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실효성 있는 정책적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국무회의 후 그 지역을 둘러본다면 소외되거나 발전이 더딘 지역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될 것이고 지원의 필요성도 절감할 것이다.

국무회의에 단체장이 참여해 발언하도록 할 수도 있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들로 구성되지만 반드시 국무위원들만 참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물론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의결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자치단체에서 국무회의를 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지역의 현안에 대해 자치단체장의 의견을 듣는 것은 의미가 크다.

생각을 전향적으로 바꿔 국무회의를 자치단체에서 개최하거나 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제2의 국무회의를 신설할 것을 제안한다.

현 정부에서는 쉽지 않으니 대통령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하고 당선되면 반드시 실현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자치단체에서의 국무회의가 열리고, 첫 번째 개최 자치단체가 전북도청이기를 기대한다.

/이로문 법학박사·민주정책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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