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학교에서 민법강의를 할 때였다.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아마도 2학년 1학기 정도 수업이었던 것 같다.한참 강의를 하고 있는데 학생 두 명이 강의실 뒤로 나가 책을 들고 서서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아직은 앳된 학생들이었다.그 때만 해도 8년 째 강의를 하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다.강의 중이라 맥이 끊겨서는 안 될 같아 쉬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학생들은 훈련을 병행하다 보니 강의시간에 졸릴 때가 많은데 뒤로 나가 선 채로 강의를 들으면 졸음도 달아나고 좀 더 강의에 집중할 수 있다
21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각 지역구에서 정치신인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힘겹게 싸울 채비를 하고 있다.그러나 지역구에서 현역 의원과 경선을 해야 하는 정치신인은 너머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니다.정치신인은 인지도의 한계도 있고 싸울 무기도 대등하지 않다.첫째,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현역 의원들은 언론을 통해 이름도 알리고, 지역 행사에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만 정치신인의 경우에는 사실 이름을 알릴 마땅한 방법도 없고 지역 행사에서 소개해주는 사람도 없다.행사장에 가서 ‘셀프(self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는 국회 내 18개 상임위 중 가장 인기 있는 위원회 중 하나로 손꼽힌다.각 의원들이 주력하는 지역 현안 및 SOC 사업 유치 가능성이 타 상임위에 비해 높은 곳이기 때문이다.의원들이 자기 지역구 사업 유치를 위해 국토위를 선호한다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지역구 의원에게는 국가 전체의 공익적 발전 못지 않게 지역구민을 지키고 지역발전에 힘써야 할 의무가 있다.그런 의미에서 국토위는 그 어떤 위원회보다 중요한 상임위임에 틀림없다.나 역시 20대 국회 하반기 국
엊그제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모여 6월 임시국회 개회를 위한 의사일정 합의에 나섰지만,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또 결렬되고 말았다.계속되는 국회 파행에 국민들은 피로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거대양당의 계속되는 정쟁이 큰 원인이지만 국회의원으로서 송구스러울 따름이다.지난 4월 5일 국회 본회의 후 두 달 넘게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이로 인해 민생은 신음하고 있다.미세먼지, 포항 지진, 강원도 산불 대책 등 시급한 현안해결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심의를 비롯해 수많은 민생법안들이 거대양당의 정쟁 소용돌이에 빠
‘달창’, ‘한센병’ 등 정치권 막말이 도를 넘었다.정치가 아무리 말로 하는 전쟁이라지만 거침이 없다.욕설과 막말, 은어와 비속어 등 음지의 언어들이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모르고 했다 거니 다른 뜻이라 거니 사과와 변명도 울울(鬱鬱)하다.문제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언사이기에 그 심각성은 막중하다.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불신을 넘어 혐오스러울 지경이다.망언과 극언, 폭언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에 품격을 논할 수 있겠는가? 부끄럽고 부끄럽다.아일랜드 작가 브렌단 베한(Bre
21대 국회의원 총선이 이제 1년 앞으로 다가왔다.벌써부터 지역구마다 언론이나 지역주민의 입을 통해 예상 출마 후보자들이 거론되고 있다.총선이 다가오면 무엇보다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다.4년 동안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에 따라 공천 여부가 결정되고 당락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의정활동을 평가하는 요소는 다양하다.입법활동을 비롯해 지역구와 중앙당 활동 및 사회적 활동까지 모두가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다양한 요소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모두 다 의미 있고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주체이기 때문에
지난 12일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지정 보류를 발표했다.그러자 한 정당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 강한 논조의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이어 도내 국회의원들이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평창올림픽은 1994년 올림픽 유치를 공식적으로 선포한 후 2003년 체코 프라하와 2007년 과테말라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신 끝에 마침내 얻어낸 값진 성공이었다.15년의 과정이 쉬웠을 리 없다.평창을 평양으로 착각할 정도로 낮은 인지도에 국제스포츠행사 유치 경험 부재로 인한 미숙한 준비까지.거기에 두 번의 실패 후 준비위 내부적으로도 분열과 갈등
올해의 전라북도의 화두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이다.이미 거둔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치밀하게 사업을 진행하여 사업이 가지는 의미와 효과가 배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의미이다.전라북도는 올해 초 ‘새만금 국제공항’과 ‘상용차 자율주행 기술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확정되었고, 작년 연말에는 글로벌 금융기관 유치에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더 큰 꽃을 피워내기 위해서는 ‘절차탁마’의 자세로 오랜 정성을 담아 기존의 정책을 진화시키려는 노력이 필
“吾等(오등)은 茲(자)에 我(아)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此(차)로써 세계만방에 告(고)하야 인류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此(차)로써 자손만대에 誥(고)하야 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 1919년 3월 1일 기미독립선언서 첫 문장이다.우리가 바로 조선의 주인임을 선언하고,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날의 함성을 어찌 말로 표현 할 수 있겠는가.역사상 크고 작은 선언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마도 기미년에 선언한 대한독립선언서와 2.8독립선언서, 그리고 3.1 기미독립선
“말은 민족의 정신이요. 글은 민족의 생명입니다.”영화 ‘말모이’ 대사 중 일부다.민족말살정책으로 우리말을 지우려 했던 일제 강점기, 모든 학교에서 한글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이 시기는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한 시점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당했고 학교에서 우리말을 쓰는 것만으로 가혹한 체벌이 가해졌다.이 영화는 최초의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분들의 이야기다.최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5·18민주화 운동 폄훼 망언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같은 당 홍준표 전
‘절차탁마’라는 사자성어는 흔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곤 한다. 위풍(衛風)의 기욱편(淇澳篇)의 시 가운데 대나무를 보고 “잘라놓은 듯하고(切) 간 듯하며(磋) 쪼아놓은 듯하고(琢) 간 듯하다(磨)”라는 구절에서 해당 한자를 조합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신년이 되면 올해의 사자성어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전라북도 송하진 도지사는 1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새해 도정 운영방향을
선거제 개혁이 의원정수 확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려면 의석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원 수를 확대하는 대신 국회 예산 동결, 의원 특권 축소 등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곁들여지고 있다. 국민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상당수 국민은 지금 의원 수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줄이라고 요구한다. 새해 초 발표된 한 방송사 여론조사 결과 50%가 넘는 응답자가 국회 의석수는 현재의 300석보다 오히려 더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 현행 유지 응답까지 포함하면 80% 이상의 응답자가 의원
2019년 기해년은 각별하다. 1919년 기미년 3·1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 된다. 3·1절은 8·15 광복절보다 더 뜻깊다 할 수도 있겠다. 광복은 일본의 패전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우리에게 주어졌다. 반면 3·1운동은 우리가 주체가 돼 세계에 대한민국의 존재를 알린 사건이었다.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으면서 상처는 깊고 영광은 적었던 우리 근현대사에서 3·1운동만큼 긍지를 주는 역사도 많지 않다. 3·1운동으로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다. 그
지인 중에 열정이 철철 넘치는 사람이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성도 뛰어나고 경력에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살려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람된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공공기관 임원 공모에 열심히 지원서를 낸다. 그런데 매번 떨어진다. 그는 7번 지원서를 냈고 7번 떨어졌다. 탈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사실상 최종 합격자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공모는 내부와 외부출신 상관없이 널리 인재를 구하는 것이다. 공공기
얼마 전 강서구의 한 PC 방에 다녀왔던 일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지난 10월 14일 오전, 아르바이트 중이던 스물 한 살의 청년이 ‘불친절하다’며 딴지를 걸던 손님에게 수십차례 찔려 살해를 당한 바로 그 건물이었다.청년의 죽음에 집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 생각났다.국회를 오가는 젊은 인턴비서들도 생각났다.아이들과 조카들도 생각났다.피해자는 내가 매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젊은이 중 하나였을 수도 있었다.그 생각을 하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진다.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터져 나오는 국민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소방서와 각 시군별 지자체는 산불 예방 대비로 분주해 진다.침엽수 위주로 구성된 우리 산야의 특성상, 작은 불씨가 대형 산불로 비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단일수종으로 구성된 숲은 혼합림에 비해 산불 피해가 클 뿐 아니라, 병충해와 폭우에도 속수무책이다.필자는 전북 역시 온갖 재해에 취약한 단순림과 다를 바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전북은 그 동안 자동차와 조선업 등 몇몇 제조업 위주의 전통적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그 한 분야가 타격을 입자 지역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중이다.이를 대체할 만한 대안이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5월 11일로 선정됐다.5월 11일은 1894년 전북 정읍 황토현 일대에서 동학농민군과 관군이 벌인 최초의 전투에서 동학농민군이 대승을 거둔 날이다.황토현전승일은 전봉준과 손화중, 김개남 등 동학농민군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군을 격파해 혁명의 불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결정적 계기로 평가된다.2004년 ‘동학농민혁명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14년 만이다.혁명의 발상지와 역사성 등 동학농민혁명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진전이다.‘동
'전쟁은 유럽만큼 오래됐다'고들 말한다. 유럽은 그만큼 숱한 전쟁을 치렀다. 또 유럽은 지질학적으로 노년기에 이른 늙은 땅이다.그러나 여행객은 느낀다. 유럽은 젊은 여성처럼 우아하고 아름답다. 카메라 렌즈가 향하는 곳마다 그림이 된다. 도시와 시골은 잘 정돈돼 안정감을 준다. 행인은 흑백, 남녀 할 것 없이 당당하고 예의 바르게 보인다. '유럽'이라는 이름은 제우스 신이 반한 공주 '유럽'에서 왔다. 유럽은 십자군 전쟁에서 2차 세계대전까지 큰 전쟁이 끊이질 않았다. 한국은 외세 침략이 많
청년 전태일은 일터인 청계천 6가의 평화시장에서 집이 있는 도봉산 기슭까지 2∼3시간이나 걸어서 퇴근하곤 했다. 점심을 거르는 어린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다 보니 차비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몸이 밤이슬에 젖어 어깨는 축 늘어지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돼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뿐 아니다. 전태일은 어린 시다들을 일찍 집에 보내고 밤늦도록 혼자 작업장에 남아 대신 일을 해주기도 했다. 시다들이 아프면 약방에 데려가는 그를 업주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1960년대, 1970년대 당시 영세 피복 제조업체의 시다는 주로 1
2014년 8월 14일 오전 10시 16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의 교황 방한이다. CNN은 이 광경을 생중계했다. 그날 또 하나의 뉴스가 나왔다. 교황을 태운 비행기가 한국 영해로 다가왔을 무렵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 상으로 300mm 방사포 단거리 발사체 3발이 날아올랐다. 오전 9시 30분, 40분, 55분에 걸친 연발이었다. 교황이 한국에 도착한 직후에도 두 발이 추가 발사됐다. 북한 매체들은 이 로켓 발사 실험이 김정은 당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참관하고 지도하는 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