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문화 정체성 재발견-‘문화수도 전북’창출 늦지 않았다










전북문화 정체성 재발견-‘문화수도 전북’ 늦지 않았다

 

 

지방분권 논의가 한창일 때, 경상도와 광주·목포지역에서 ‘문화분권’을
부르짖고 ‘문화수도 유치’를 위해 정책개발에 매달리고 있을 때 전북은 행정분권, 중앙정부 지원, 전북출신 정치권 역량결집을 앞에 내세웠다. 미래의 전북 청사진이 오로지 그것에 달려있는 듯.

그러나 발 빠르게 움직인 광주·목포가 3월 초 건교부의 신국토발전전략 중 “한국문화를 선도하는 문화수도를 지향한다”는 방침을 따냈다. ‘1천300년 전통
전북 문화예술의 역사’가 전국적인 이슈로 드러나는 호기를 놓친 것이다.

광주시는 이에 따라 지난 2월 문화수도건설추진위 실무기획단을 조직했고, 오는
4월에는 첫 회의를 계획하는 등 정·관·언이 뜻을 모아 ‘특별법’ 제정을 위해 잰걸음을 놓고 있다.

그러나, 뜻있는 문화예술인들은 “전북의 문화수도
가능성은 아직도 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이제라도 도민의 역량을 모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충고한다.(관련기사 3면)

주명진 전주대 교수는 “행정분권도 중요하지만, 전북 최고의 경쟁력은 1천300여년
전통과 역사를 가진 우리의 문화예술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언급은 전북문화 정체성 찾기와 문화수도
추진에 불씨를 붙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문화행정 전문가들은 “지역의 문화예술 발전이 결국 자율적인 분권적 행정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지역 정치인과 행정, 문화예술·학계는 문화수도 제창에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전북도가 최근 발표한 국토종합계획 초안에 따르면, 전북의 발전방향 문화예술부문
전략에는 ‘인간 자연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적인 지역문화 창출’을 꼭지점으로 삼고 있다. 이 초안의 세부 실천사항에는 ‘전주 문화산업 수도 육성’ ‘부안·완주·장수 영상테마파크’ 및 ‘전주-남원 촬영군락지 조성’ ‘전주국제영화제의 세계화’, 그리고 역사, 전통예술 지역별 통합문화권 구축이 포함되어 있다.

전북도의 발전전략은 권역별 문화산업 특성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권역별 문화산업 특성화는 자칫 ‘전북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성’을
간과할 수 있다. 전북도의 계획이 ‘세계적인 지역문화 창출’에
있다면 ‘전북문화의 전통과 역사’를 앞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문화는, 전통을 바탕에
둔 지역인들의 독특한 정신의 발현이나 총화를 일컫기 때문이다.

천이두씨(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는 “전북의
문화는 전북사람 정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판소리문화다”라고 말하며 “그것은 역동적인 창조를 이룩할 수 있는 ‘한의
정서’를 담고 있다”고 전북인 정서문화를 정의한 바 있다.

“전북인의 정서, 전통문화를 한마디로 아우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면서 “이젠 도민 200만명 생활 속에 스며있는 ‘공통
정서’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전북문화 정체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고갱이는 전북인을 관통하는 고갱이는
전북인 정서에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보다 찬란한 문화유산과 전통,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는 전북이지만 그 정서문화 뿌리를 찾아내 역동적인 생활문화로 만드는 노력은 거의 없었다.
일부 학자, 문인, 역사가들에 의해 첫 단추를 꿰는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북정신을 찾아 지역문화를 세계적인
문화정신으로 발현시키려는 시도나 연구를 모색하는 민·관·언 및 정치계, 문화예술계의 ‘의견 결집체’가 있었는지 반문해볼
일이다. 수많은 문화예술인들은 사분오열되어 범국가적인 문화정책에 ‘전북의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북은 문화기반시설에서도 전국 최대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한강 이남 최대 현대식 공연장인 소리문화의전당, 국립 민속국악원, 전주 남원 고창 부안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소리문화가 곳곳에 있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 춘향 매향 논개 ‘정절 3절’이 일상생활 속에 뿌리박고 충효·충절과 어우러져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곳도 전북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남원 촌부는 우리소리 한가락쯤 구성지게 읊조렸고, 전주 음식점과 찻집에는 한두폭 걸린 매·란·국·죽 사이로 소리 한바탕이 멋스럽게 흘렀다”고 회고하는
도민들이 많다. 이처럼 우리 전통문화예술이 생활 속에 뿌리내렸던 곳이 우리 전북이다.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광주권 문화는 단시적이지만 우리 지역은 사실 한국 문화의 중심축이었다”고 언급하고 “이제라도 문화수도 추진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를 위해 앞장서서 끌어가는 ‘구심축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또한 원로시인 최승범 전 전북대 교수는
“역사를 더듬어 정리해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풍성하게 가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고 “전북지역의
문화뿌리를 찾아 밖을 내다봐야 내 뿌리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며 ‘문화뿌리론’을 강조한다. 

젊은 예술인 화가 김학곤씨는 “우리 전통문화 설자리를 신규문화가 빼앗아 갔다. 예도 전북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전북정신이나 볼거리가 있는가. 우선 사료의
유목화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전북문화의 뿌리찾기, 혹은 정체성 찾기를 이제부터라도 시작하자. 전통적인 전북문화, 전북인 정서를 찾아 정리하는 것이 1,300년동안의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수도 전북’으로 가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김진구기자 minbu@

 

 

(글 싣는 차례)

1)전북문화 뿌리 찾기 나서자

2)문화보고 전북, 경쟁력 있다

3)문화육성 전문가들이 나서라

4)생활문화 정착, 교육에서부터

5)문화분권, 이젠 전북이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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