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은 사교육에게 넘기지 말자











논술은 사교육에게 넘기지 말자.


 

지난 16일 평년에 비해 포근했지만, 최근 기온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온도는 수능일에 맞춰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했다.

매년 찾아오는 입시지만 매번 이 땅의 자녀들과 학부모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드는 이
날은 긴 터널을 통과하는, 하지만 또 다른 터널에 진입하는 그런 날이다.

이번 입시는 수학능력평가보다 논술의 비중이 더 크다 한다.

그래서인지 여기저기서 논술학원을 등록하고 더 좋은 여건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가 언제 이뤄질지 고민이고 종합적 사고의 체계를 알 수 있는 논술을 한달
남짓 공부해서 어떤 성과를 보일지도 의문이다.

 

논술교육의 가장 큰 전제는 사고하는 습관의 일상화와 그 사고의 표현에 있어 논리적인
능력을 배양시키는 것이다.

많은 사건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시각, 이를
다시 분석할 줄 아는 능력, 분석된 것에 대한 대안의 고민,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상대방으로 하여금 설득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글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논술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개개인이 가지는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시각으로 인해 비슷할 순 있지만
같을 순 없는 과정과 결과를 나타낸다.

그런데 서울의 모 대학에서 수시 논술을 치르고 보니
3,600여명의 응시생들의 답안지중 2,000명의 답안지가 같은 방식의 과정과 결과물을
보였다고 한다.

이는 논술교육의 폐해와 함께 학원에서의 강의가 정작 채점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소 내신과 수학능력시험 준비로 인해 다양한 종류의 독서습관을 들이지 못한 요즘 아이들에게
논술이란 어쩌면 정답이 존재하지 않아 더욱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정형화된 문제 안에 보기가 있어야 하고, 모범답안이
있어 베껴 외우는 타성에 젖은 학생들에게 어쩌면 논술은 내신이나 수학능력시험보다 스트레스를 받게 함이 사실이다.


상황이 l이러니 논술 학원등록이 러시를 이루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지역에서는 검증된 강사와 정보의 부족으로 많은 학생들이 서울로 논술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

시험보기 전까지 한달 남짓 수강하는데 체제비를 포함해
500여만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학원 인근 고시촌과 모텔 등이 때 아닌 성수기를 누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고 보도된다.

사교육 방지를 외치는 교육관계자들이 또 다른 사교육을 부추긴 셈이다.

전주 모 고등학교에서는 논술학원을 등록한 학생에게 수학능력시험 성적을 송부해주고 그
수강기간동안 현장학습에 따른 출석처리를 해주는 배려?까지 보인다.

공교육기관이 사교육을 위해 행정처리를 도맡아 해주는 꼴이다.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도내 논술교육현황과 대책에 대해 질의를 해 보니, 논술전문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있고, 이런 저런 논술
대회를 치르고 있다 한다.

“뛰는 사교육 위에, 나는 공교육”이 되어야
할 판에 “나는 사교육 밑에 낮잠 자는 공교육”이 현 실정이다.

평소 학교 교육에 있어 보편타당한 가치만을 묻고 창의적 사고의 체계를 갖추지 못햇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의 현실적 예이다.

이러니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의 돈을
또 쏟아 부어 엉뚱한 사람들의 경기만 부양하는 꼴이 된다.

결과라도 좋으면 좋으련만, 작년 논술 시험을
치른 경험자들의 경우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배운 것도 없고, 남는 것도 없는데 서민들의
주머니는 자녀교육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인해 털리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다양한 각도의 시각, 분석
능력, 대안의 고민, 논리적인 표현 중 아마도 논리적인 표현의
기교만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논술에서의 고득점을 위해서는 “사건의 발생 이유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과, 대안의 제시등에 끊임없는 물음이 이뤄져야 가능 할 것이다.

생활속에 녹아 있는 철학적 사고의 깊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은 거의가 학교에서 이뤄진다. 생활의
터전인 학교에서 창의적인 사유의 날개를 달아주자.

학교는 늘 이런 생활학습이 진행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논술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라면 이것을
위한 교육계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한달 정도 남았다. 학원으로 과외로 학교를
외면하는 학생들을 잡자.

논술만이라도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이 신뢰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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