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져 그 씨앗이 썩어 새싹이 나고 그것을 양분으로 싹이 크는 것처럼…. 훗날 우리 제자들이 나의 욕심을 큰 소리꾼이 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었다고 생각해 준다면 한이 없겠다.”

난석 이일주 명창은 제자들에게 “소리는 꾀부리지 말고 정직하게 푸지게 그리고 처절하게 혀야 하는 것”이라고 외치곤 한다.

그가 제자·문하생들과 함께 14일 오후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한 바탕 소리마당을 마련한다.

제목은 ‘송구영신’. 이 명창 소리인생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공연은 춥고 배고픈 사람들과 함께 사랑을 나눌 예정이다.

판매수익금 전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쓴다는 이 명창은 “이웃에게 도움주자는 제자들 마음이 너무 갸륵하고 예쁘다”며 “소리인생 60이 되어 생각한 공연인데, 이런 공연이 너무 늦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이번 무대는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눈대목을 다섯 제자들이 나눠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적벽가’는 송재영씨, ‘수궁가’는 김 연씨, ‘춘향가’는 장문희씨, ‘심청가’는 김미나씨, ‘흥보가’는 차복순씨가 맡았다.

이들은 모두 전국대회 대통령상 수상자로 동초제 전승에 가장 큰 맥을 이루고 이는 이 명창의 제자들이다.

‘적벽가’를 맡은 송재영씨는 “선생님 말이 곧 법이었다”며 “예전 명창을 꿈꾸며 인분을 마시게 했던 선생님이 생각난다”고 활짝 웃었다.

송씨는 이어 “선생님은 통성은 물론 발음과 발성, 소리 구성이 뛰어난 분”이라며 “단단한 박달나무와 같은 목을 가진 것 같다”고 스승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공연은 이일주 명창과 문하생들이 함께 꾸며가는 남도민요 ‘육자배기’와 ‘성주풀이’도 함께 감상할 기회. 판소리 못지않은 고난도의 공력을 필요로 하는 소리로 문명숙·유인숙·김공주씨 등 완숙의 단계에 이른 소리꾼들이 무대를 장식하며 ‘가야금병창’과 ‘부포놀이 춤’으로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이일주 명창은 도 무형문화재 2호 심청가 기능보유자며 현재 동초제판소리보존회 이사장으로 동초소리발전에 여력을 다하고 있다.

입장료는 일반 1만원, 학생 5천원. (063-246-0025) /김찬형기자 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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