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세예가

그날도 여전히 늦은시간까지 글씨를 쓰며 서예의 매력에 빠져 있던 나에게 뱃속의 아이는 불편했는지 세상밖으로 나오려고 꿈틀거리고 있었나봅니다.

갑작스런 출산의 고통을 겪고, 6월26일 오후 3시37분에 미리 세상밖으로 나와 버린 첫아이인 딸이 부족한 엄마인 저에게 대상이라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준 것 같아 더욱 기쁘고 딸에게 더욱 부끄럽지 않는 서예인이 되어야겠다는 다짐도 해봅니다.

먼저 저의 작품을 좋게 봐주시고 이렇게 큰 상을 주신 제5회 세계서예비엔날레 기념공모전의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서예를 무척 좋아하시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자라다 전남대학교 묵향이라는 동아리를 통해 나는 서예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학정 이돈흥 선생님과의 만남과 여러 선배님의 관심과 사랑으로 어느새 이 자리에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이동진 作

원광대학교 서예학과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전문적 이론의 부재를 깨닫고 나는 31세라는 늦은 나이에 일본유학을 과감히 떠났고 일본 서예이론으로는 유명한 국립 쯔꾸바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書)를 취득하고 돌아왔지만 내 몸안에 꿈틀거렸던 서예의 열정과는 달리 30대후반이 되어버린 저에게 현실을 느끼게 하는 순간순간들 속에 많은 방황과 고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에 우연찮게 서예의 길을 이해해주는 결혼배우자를 만나면서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고 많은 작업들을 시작하면서 서예와 나의 연결고리는 더욱 강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임신부기로 부어있는 내얼굴이 그저 예쁘다고 하며 함께 기뻐해주는 신랑에게 더욱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이병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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