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전북도가 올해 처음 시행하는 ‘희망키움통장’이 오히려 당사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3년간 최대 2천200여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혜택보다 수급권자 박탈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것을 우려한 나머지 사업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정부차원에서 추진중인 이 사업에 1천180명의 수급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19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으나 최근 1차 접수를 마감한 결과 127명만이 신청해 약 10%의 신청률에 그쳤다.

희망키움통장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매월 일정액을 저축할 경우 전북도와 민간단체가 일정액을 매칭해 지원하는 사업으로 저축액의 최대 6배를 돌려받을 수 있는 시책으로 저소득층의 목돈마련을 위한 것이다.

이런 파격적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희망키움통장이 외면 받고 있는 것은 정부와 기초수급자들의 눈높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탈수급이 전제조건인 희망키움통장의 혜택보다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이 더 낫다고 여기는 것. 즉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을 유지했을때 교육비, 생활비 등 혜택과 돌려받는 저축액 사이의 득실을 따져봤을 때 수급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희망키움통장을 신청한 기초생활수급자들은 3년 적립 후 최대 2천200여만원의 목돈을 받을 수 있지만, 월 최대 110만원(4인 가족 기준)인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되면 불이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거급여, 정부 양곡 할인, 공공시설 이용료 할인, 저소득층 자녀 특목고·대학 입학 특례 혜택도 모두 사라진다.

또 취업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당장 생계가 어려운 수급자에게 3년간의 사업기간 동안 매월 10만원씩을 적립해야 하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는 것. 게다가 희망키움통장 가입 후 실직 등을 이유로 저축을 중단하면, 그동안 본인이 납입한 금액만 받고 정부와 사회복지모금회에서 지원한 장려금은 한푼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오는 5월로 예정된 2차 신청에 앞서, 기초생활수급자 제외 등 현실에 맞지 않는 가입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급자 김모씨(47·금암동)는 “목돈은 탐나지만 상당기간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돼 애들 무상급식·수업료·교재비 등 교육비 지원도 끊어진다”며 “차라리 수급 신분을 유지하며 통장에 가입하지 않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대상자들이 적은 돈을 들여 목돈을 만들 수 있는 희망키움통장의 혜택이 크지만,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포기하는 것은 큰 부담”이라며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문제점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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