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를 내지 않고 교통법규만 위반해도 보험료를 더 내게 하는 ‘자동차보험료 할증제도’의 도입과 관련해 운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보험료를 최대 10% 더 내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보험 경영 안정화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발표안에 따르면 내년 9월부터 속도 및 신호 위반이 연간 두 차례 이상 적발되면 보험료를 할증키로 했다.

시행일부터 1년 단위로 위반 건수가 2~3번이면 5%, 4건이 넘으면 10%를 더 물리겠다는 것. 현행법상으로는 속도·신호 위반이 무인단속카메라에 걸릴 경우 운전자 확인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과태료만 부과될 뿐 할증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위반자가 범칙금을 내면 보험료가 올라가지만, 범칙금을 내지 않고 버티다 과태료로 전환된 뒤 납부하면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범칙금과 과태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보험료를 할증하겠다는 의미다.

예컨대 연간 65만 원의 보험료를 내는 사람이 매년 두 차례씩 속도위반을 한다면 5%씩 할증돼 연간 보험료로 70만 원, 75만 원, 80만 원을 각각 내야 한다.

2008년 기준으로 자동차 보험 가입 차량은 총 1천600만 대다.

이 가운데 신호와 속도위반에 따른 경찰청 무인카메라 단속 차량은 212만 대(소유주 기준)다.

10대 중 1.3대 꼴이다.

212만 대 중 2~3회 위반 차량은 4천372대, 4회 이상은 6대로 총 4천378대가 할증 대상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면 추가 할증 차량이 2~3회 위반의 경우 12만4천82대가 늘고, 4회 이상 위반은 185대가 증가하게 된다.

평균 자동차 보험료 대당 65만 원을 적용하면 현행 할증보험료는 126억 원 가량 되지만, 변경된 할증보험료는 166억 원으로 40억 원 가량이 늘게 된다.

따라서 14개 보험사에서는 총 40억 원 가량의 보험료를 추가 징수할 수 있게 되는 것. 운전자들은 이미 범칙금과 벌점부과에 보험료까지 올리는 것 자체가 3중 처벌인데다 할증폭까지 늘리는 것은 과하다며, 자동차 손해율 상승으로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손해보험업계의 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해 금융당국이 우회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운전자 최모(31·평화동)씨는 “범칙금에 벌점까지 받았는데 보험료까지 할증하는 것은 이중, 삼중의 불이익”이라며 “교통사고 예방보다는 결국 보험사를 배불리려는 속셈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속도·신호 위반에 따른 보험료 할증료율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낮은 만큼 이번 조치는 보험료 인상이 아니라 현실화”라며 “할증된 보험료는 보험사 수입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신호와 속도를 잘 지키는 운전자들에 대한 보험료 할인 혜택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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