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에 거주하는 김재경씨(65)는 상조상품에 가입해 월 2만3천760원씩 11개월간 26만1천360원을 납입해 오다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의사가 없어 지난 3월 해약했다.

그러나 해약 환급금을 보고 김씨는 깜짝 놀랐다.

상조회 측은 1년 이상 회비를 납입한 경우에만 납입금 중 20%를 돌려 줄 수 있고 1년 미만은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것. 이에 김씨는 20%라도 받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한달분을 또 납입해야 했다.

최근 국내 1위 상조회사인 보람상조 문제로 상조서비스 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상조업계의 부실 방만운영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또한 상당수 상조업체들이 열악한 재정상태에서 신규 회원의 납입금으로 기존 회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려막기식’ 경영을 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의 상조업체는 281개, 회원수는 265만 명에 달하고 고객불입금 잔고도 9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자본금 1억원 미만이 176개(약 62.6%)나 되고 파산했을 때 고객에게 납입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부실 업체도 5곳 중 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조법이 시행되면 83.6%인 235개사는 자본금을 확충하지 않는 한 시장 퇴출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상조업체의 방만운영은 경영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업체는 회원들에게 돈을 받더라도 당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불확실한 시점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매달 3만 원씩 10년 동안 불입하는 상품에 가입한 회원이 불입금을 모두 납부하기 전에 상을 당하면 장례 서비스를 먼저 받고 나머지 불입금을 일시불로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렇다보니 당장 큰 자본금이 없어도 신규 회원만 지속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면 이들의 납입금으로 서비스 비용을 충당하면서 유지가능한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다단계 영업방식까지 동원해 회원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새 회원이 더 이상 늘지 않으면 기존 회원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실제로 상조업체에 의한 소비자 피해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피해로 접수된 사건은 2005년 219건, 2006년 509건, 2007년 833건, 2008년 1천374건, 2009년 2천446건으로 연 평균 84.8%나 급증하고 있다.

올 들어 1월 한 달에만 소비자원이 직접 피해구제에 나선 사건 수는 4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20건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상조업계 등록요건을 강화했지만, 업계의 구조적인 병폐를 수술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상조업계 진입과 운영에 관한 관련법의 근간이 바뀌지 않는 한 소비자 피해는 계속 될 것”이라며 “납입금의 일정 비율을 금융기관에 예치토록 해 충분한 예치금을 마련토록 하고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조속히 실행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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