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빵집' 부부 장선기-신동순씨

27년간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는 장선기-신동순씨 부부.

부부의 날을 정확히 아는 부부들이 몇이나 있을까. 부부를 위한 날임에도 정작 결혼한 사람들도 모르는 이가 태반일 것이다.

날이 갈수록 붕괴되고 있는 가정을 바로잡아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건전한 사회 및 국가를 이룩하고자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를 담아 21일로 ‘부부의 날’이 제정됐다.

새벽 5시30분께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일을 빼놓고는 매일 마주보며 27년간 부부의 연을 이어가고 있는 장선기(53)·신동순(49) 부부.이들의 일터는 전주에서 오래된 ‘백일홍 만두집’으로, 만두와 찐빵만 만들어 내놓는다.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에서 만두집을 직접 운영한 지 21년째에 접어드는 장씨 부부는 중매로 만난 지 보름만에 결혼, 현재 아들만 둘을 뒀다.

이들 부부가 친구의 아버지로부터 배운 기술로 따지면 7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되며, 만두를 빚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는 맛을 내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장씨 부부는 “남들처럼 먹고 사느라 바빠 변변한 여행 한 번 가본 기억이 없다”며 “부부의날을 기념해 귀감이 가거나 내놓을 수 있는 부부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한사코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주위에서 금슬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직장생활에 바빠 부부간 제대로 대화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는 대다수 부부들과는 달리, 돈 욕심 없이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며 일을 즐기기 때문. 장씨 부부는 국산 재료로 만두와 찐빵재료를 직접 만들고, 하루 팔 것만 내놓는다.

모두 팔리면 ‘오늘은 만두와 찐빵, 다 팔렸습니다’고 팻말을 내건다.

더구나 자녀들도 모두 훌륭히 키워내 부모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큰 아들(26)은 현재 전주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고, 둘째 아들(24)도 초등교사를 꿈꾸며 경인교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전주 전성교회 집사이기도 한 장씨 부부는 “아이들을 키울 때 ‘나보다 잘난 사람만을 쳐다보면 불행의 씨앗이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행복의 시작이다’는 말을 강조했다”며 최근 천륜으로 맺어진 부부의 연을 사소한 감정을 앞세워 이혼으로 회피하는 현실에 대해 “상황에 만족하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인 것 같아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석기자 2press@jj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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