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이라는 게 날씨가 더우면 가동하는 것이지, 30도를 넘어도 오전이라서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전북도청을 비롯한 도내 관공서들이 30도 안팎의 초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획일적인 에너지 절약 지침을 따르느라 죽을 맛이다.

올해 2월 발표된 청사 에너지 절약 추진계획에 따라 냉방 가동온도가 26도에서 28도로 2도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어지간해서는 청사를 관리하는 도 청사관리계가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

한 낮 기온이 32도까지 치솟은 18일, 전북도청 한 부서의 온도계는 아침부터 섭씨 30.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도청 한 공무원은 “오전부터 한증막 같은 데서 일하려니 무기력해지는 듯 하다”며 “냉방 가동온도가 28도라면서 사무실 온도는 섭씨 30도를 넘었는데도, 오전이라는 이유로 에어컨을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청사관리계에는 내부 직원들의 항의전화가 많게는 하루 10여 통 이상도 걸려온다고 한다.

청사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더 열악하다.

청사의 층수에 따라 온도가 달라 보통 1층과 맨 위층의 온도 차가 3~4도를  넘는다.

1층은 시원해도 태양의 복사열을 바로 쬐는 맨 위층은 한증막이라는 것이다.

도 청사관리계는 “오후에는 외부온도가 섭씨 28도가 넘으면 냉방을 시작하고 있다”며 “7월부터는 근무여건에 따라 오전에도탄력 적으로 냉방 운영을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직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

사무실마다 선풍기는 필수품이 됐고 직원들은 선풍기를 켜고 부채질도 해 보지만 땀을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간부들조차 모두 넥타이를 풀었고, 여직원들 옷차림도 예년과 달리 가벼워졌다.

“벌써 민소매 옷차림의 직원이 나왔어요. 난방을 갖춰 입는 게 싫다면 티셔츠차림까지는 봐주겠는데, 민소매가 점점 얇아져 나중에는 끈 나시를 입은 공무원까지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도청 복도에서 만나 여직원이 웃으며 건넨 얘기다.

그나마 전기제품이 없는 복도가 제일 시원한 것 같다며 책상을 복도로 들고 나오고 싶다고 말하는 이 직원은 “정부 부처가 에너지 절약이라는 정부시책에 발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말 너무 더워 근무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며 “더워서 업무를 못할 지경인데 원칙만 강조하는 청사 관리계의 처사가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사무실마다 직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원성도 높다.

컴퓨터와 복사기, 팩스 등 그만큼 많은 전기제품들이 열기를 품어내기 때문이다.

더구나 층간, 사무실간, 창측과 내측 등 청사 내부 온도가 제 각각인데도 오후에 중앙냉방으로 잠깐씩 틀어주는 것도 성에 안 찬다며 볼멘 소리들이다.

도 행전지원관은 “7월부터는 오전에도 에어컨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적정온도를 유지토록 하겠다”며 “특히 효율적 냉방을 위해 각 사무실 환경을 고려한 냉방을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박정미기자 jung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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