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걸연극인,예술법인 푸른문화 정책실장
문화란 특정시대, 특정사람들의 집단적 기대와 믿음으로 약속된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그리고 디자인이란 「…의, …에서, …에 속하는」의 뜻을 갖는 ‘de'와 「지시, 의미」의 뜻을 갖는 ’sign‘의 조합어로, 언어적 사고에 기초한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의미한다.

위의 말 중 논의의 정교화를 위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대한 정의도 요구된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나누다, 전달하다, 참여하게 하다, 관여·공유하다」의 뜻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개체 간 공동의 상징체계를 통해 의미를 주고받는 행위를 전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디자인의 의미를 규정해보면 언어를 기반으로 한 상징체계의 전달 및 공유, 참여과정을 통해 만들어 지는 삶의 방식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흔히 우리가 디자인이 어떠한 상품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해 행하는 부가된 미(美)적 행위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물건의 부가가치를 상승시키기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기능 중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간단한 도구로부터 자동차, 패션, 건축, 공간 등에 이르기 까지 사람의 마음을 이끌어 내는 표시기능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은 디자인이 가지고 있는 속성 상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개선하는 기능적 필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 지역의 문화 디자인은 해당지역의 역사와 정서에 따라 그 특성을 달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의 중앙 집중현상으로 특성화 보다는 획일화에 가까운 현상이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급조된 산업화시대를 거치며 시간의 켜 속에 쌓여오고 이어져온 값진 상징과 지혜, 기록으로부터 스스로 밀려나온 새로움을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손때 묻은 것의 원리와 지혜를 새롭게 쇄신하는 대신 세월의 기억을 깨부수고, 장소의 표정과 삶의 체취를 말살한 것이다.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해와 필요보다는 성과라는 일방적 행위에 일관한 것이다. 2000년대를 관통하며 많은 지역들이 문화와 예술에 대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더욱 고무적인 일은 지역 내 분야별 전문가와의 협의를 통한 정책의 수립과정이 활성화 되면서 스스로의 정체를 규정하고, 발견하고, 발전시키려는 적극적인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논의가 그 전방위에 포진되어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그러한 것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인식이 일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의하면 문화예술분야 종사자들은 급여 수준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에 대한 만족도는 그 어느 직업군 보다 높았다고 한다.

창조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이 물질적 보상보다 우위에 있는 것이다. 문화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창조적 사고를 역사•문화에 녹여낼 수 있는 정책! 이것이 전주와 전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문화는 고스란히 지역에 남아 역량으로 자리 잡지만 제조업 등 이윤을 최상위 목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기업들의 자본은 빈 공장만을 남길 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바라볼 때 기업과 자본의 유치에도 그 총량 보다는 문화디자인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지역이 참여하고 교류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저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 함께하며, 그것에 거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디자인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유사한 상징체계를 통한 교류, 지역의 문화를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인적자원, 인적자원이 머물고 사고할 수 있는 심적(心的)•공간(空間)적 장(場) 등이 그것이다.

지역의 상징체계를 바탕으로 지역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일을 하고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의 안정을 위하여 공직에의 진출 등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여타의 조건들이 그들의 기대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문화적 정책디자인이 수반되고 이러한 정책기조가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현재처럼 그들이 꿈꾸는 것들이 한정되진 않을 것이다. 청년정책위원회, 청년사회적기업위원회, 청년프로젝트위원회, 청년문화예술위원회 등을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해야 한다.

도로를 1Km 개통하는데 통상적으로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위의 기구를 모두 설치한다고 해도 100년은 운영이 가능한 예산이다. 매우 극단적이며 철없는 표현이지만 그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거시적 상상력은 전체의 일부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미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문화디자인은 그 자체로 전체가 될 것이며 의미가 될 것이다. 우리지역의 세월, 장소의 표정, 지혜, 삶의 체취가 미래이다. 그것으로 부터의 상징과 지혜는 문화디자인적인 상상력을 구체화 하여 지역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꼭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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