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호/사회부장
시내버스 파업으로 인해 시민이 겪고 있는 불편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찬바람에 발을 구르며 버스를 기다린 날들이 벌써 한달을 넘겼지만, 여전히 한 치의 양보 없이 대립 중인 노사의 모습을 보노라면 부아가 치밀 정도다.

전주시가 나서 노사와 머리를 맞대고 파업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만 해도 원만한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노사 양측은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누가 참석하느냐, 협상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를 놓고 갑론을박만 하다 회의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대화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시외버스까지 협상에 나서야한다는 노측의 주장과 논의를 시내버스에 국한하자는 사측, 그리고 시외버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없는 전주시의 입장이 상충되면서 회담이 결렬되고 만 것이다.

노동자들의 권리이자 가장 큰 무기라 할 수 있는 파업을 감행, 시내버스까지 멈춰 서게 한 노측이지만, 한달이 지나도록 파업의 목적과 이에 대한 이들의 태도가 불명확해 보인다.

애초 이번 파업은 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달라는 것에서 시작했으나 버스 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사측의 무책임한 경영, 보조금 사용 실태 등까지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도대체 쟁점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돼버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7월 시행될 복수노조 인정을 앞두고 민주노총이 그동안 지역 운송업계 노측의 대표를 맡아온 한국노총보다 유리한 교섭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이 사태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사측 또한 그들 나름대로 파업 장기화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

이미 한국노총과 체결한 임금협상과 단체협약이 각각 올해 말과 내년 6월말까지 유효한 만큼 다시 협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발언의 이면에는 재협상 시 한국노총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는 모양이다.

실제 최근 열린 사측의 기자회견도 월 160만원 설로 촉발된 기사 처우 실태와 방만한 보조금 운영에 대한 해명 기회를 마련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노측이 파업을 풀 경우 언제든 대화할 자세가 돼 있다고 말은 했지만, 대화의 목적은 민주노총 노조원들을 교섭 파트너로 인정하는 것이 아닌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에 있다고 단정 지음으로써 이를 증명했다.

애초부터 민주노총의 교섭권 인정 여부로 촉발된 사안이라면 양측이 서로 양보하지 않는 한 대화가 성사될 리 없다.

전주시 역시 이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고 노조가 주장하는 시외버스의 경우 광역시 관할이므로 중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버스 노사는 시민들의 불편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정당성을 호소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어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이 이리 되면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시민들의 발을 볼모로 삼아 벌이는 이익다툼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젠 시민이나 지자체 모두 노사의 입장을 충분히 알았으리라 생각된다.

시민들은 노사 양측이 성실히 대화에 나서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직시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길 원하고 있다.

노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민사회 역시 관심을 가지고 보완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전주시에서는 이미 시내버스 문제와 관련하여 노측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제안들을 세심히 검토, 다각적인 개선방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노사 양측은 조속히 전주 시내버스 운영을 재개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만이 묵묵히 파업을 참고 견디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이자 도리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부탁한다.

칼바람 속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을 생각한다면, 노사 양측이 대승적 결단으로 발 묶인 버스를 정상 운행하게 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주길 바란다.

/이종호기자leejh7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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