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찬구 /교육부장
‘그 아이’의 소식을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것은 최근이다. 말썽 부리지 않고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학교에서 상장도 받으면서 무난하게 2학기를 마쳤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 아이’는 지난해 1학기만 해도 문제아로 낙인 찍힌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었다.

학부모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인을 통해 기자를 찾아왔고, 학교와 학부모에게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하고 접었던 일이었다. 가슴이 뿌듯했다. 그 사건을 접하면서 안타까움이 컸고, 그 이후에도 아이의 상황이 궁금했다.

학교와 학부모 양측의 얘기를 들으면서 내 일처럼 안타까웠고, 부모의 눈물 앞에서는 가슴이 아렸다.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학부모 또한 ‘고맙다’는 인사를 대신 전했다. 학교와 학부모 입장 ‘막막’ ‘그 아이’를 처음 접한 것은 지난해 여름방학 직전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한 젊은 엄마가 찾아왔다.

아들 걱정을 하는 부모를 옆에서 보기가 딱해 기자를 만나 상의라도 해보라며 추천한 것이다. 엄마는 얘기를 털어놓기 전에 눈물부터 흘렸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짐작이 갔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을 학교측에서 자꾸 전학시키라고 한다.

다른 학교에서 전학 온지도 얼마 되지 않는데 또 전학을 시키라고 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아이가 동생이 생긴 뒤로 애정 결핍을 느껴 다소 이상행동을 하긴 하지만 심각한 것은 아니다.학교에서는 아이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로만 몰아간다.”

엄마는 “의무교육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학교측이 전학을 강요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학교측 주장과 관련해서는 “동네 소아과에서 ADHD라는 진단을 받긴 했지만 대학병원 재검에서는 정상으로 나왔다”며 “애정 결핍에 따른 일시적 과잉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학교측과 학부모 사이에 감정적 틈이 큰 것 같아 학교장과 통화를 했다. 학교장은 첫마디가 ‘저도 답답해 죽겠어요’였다. 학교장도 할 말이 많았다. “아이가 공격적 성향이 있어서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수업 중에 교실을 돌아다니고, 시험지를 찢고, 의자를 들어 위협하기도 한다.

다친 학생도 있다. 학부모들이 회의도 열고, 일부 아이들은 전학도 갔다. 학교폭력대책위도 열고 전문 상담사와도 상담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전학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학교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학교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언론에서라도 제발 좀 해결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양측 모두 이해가 갔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었다. 해결점이 없어 보였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였다. 학부모와 학교측에 서로의 입장을 전달하고, 무엇보다 아이를 중심에 두고 함께 대화할 것을 당부했다. 학부모에게는 방학 동안 아이를 잘 보살피고 사랑을 듬뿍 주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했고, 학교측에는 아이와 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관심과 사랑으로 대해줄 것을 청하고 일단 매듭지었다.

눈 벗어난 아이 시선 ‘한번 더‘ 그렇게 6개월이 지난 다음에 ‘그 아이가 달라졌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학부모와 학교측이 보조를 맞춰 아이를 보살피고, 학교에서도 아이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격려하면서 변화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이 ‘그 아이’를 변화시킨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단순하다. 돌출 행동은 ‘내게 관심을 가져 달라’는 자기표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의 돌출 행동은 당연하다. 정도가 심한 경우 치료 등의 적극적 조치도 필요하지만 관심과 사랑이 수반돼야 한다. 새학기가 시작됐다.

‘한 배 새끼도 아롱이 다롱이’라고, 모든 아이들도 제각각일 것이다. 선생님 눈에 드는 아이도 있고, 벌써부터 눈에 벗어나는 아이도 있을 테지만 모든 아이들은 제 몫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꿈나무다. 눈에 벗어난 아이에게 더욱 따뜻한 시선을 주는, 모두가 그런 선생님이기를 빈다.

/강찬구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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