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 보면 이사를 하게 마련이다. 한 곳에서 30년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더 좋은 곳으로 옮겨가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또는 주변의 쾌적한 환경 때문에, 아니면 남들의 눈을 의식해서 사람들은 더 넓고 값비싼 지역으로 이사를 가려 한다.

일반 주민들은 이사를 자주 하지만, 정치인들은 가능한 이사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국회의원 총선거나 지방선거 출마 의지를 가진 인사는 자신의 고유 지역을 가져야 한다. 출마 이유가 내 지역 발전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저번 선거에선 저기에, 이번 선거에선 여기에, 자신의 지역구를 옮겨서 출마한다면 유권자들은 매우 당황스러워 할 것이다.

       자신의 터 잡지못한 정치인들

내년 19대 국회의원 총선의 민주당 공천은 앞으로 4~5개월 정도면 거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입지자가 지역구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도, 선거에 처음 나서는 신진 입지자 중에서도 자신의 터를 잡지 못한 이가 생각보다 많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예를 들어 보자.

전직 모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출마설이 돌고 있다. 태어난 곳으로 출마설이 돌고 있는데, 아주 어릴 때 지역을 떠났다. 민주당 공천장을 받으면 당선이 되는 것인지 모르지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면 ‘토종’ 경쟁자들로부터 정말 많은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걱정스런 대목이다.

그는 훌륭한 인사다. 국내외 학술 부문에서 일가(一家)를 이뤘다는 평을 받는다. 의정활동도 잘 했다. 그러나 18대 후보 공천 과정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 그 부분은 정치권에서 대다수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억울함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재기하면서 풀어내야, 값지고 더 멋지다.

다른 또 한 명의 전직 국회의원은 두 개의 선거구 중 어디로 나설 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원래대로 생각하면 당연히 A 지역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이지만, B 지역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권토중래(捲土重來),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면 기존의 A 지역 출마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B 쪽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내년 총선에 나서는 정치 신인 상당수는 기초부터 다시 닦아야 한다.

내가 왜 출마하는지, 지역 발전에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그것부터 고민해야 한다. 도시에 출마했다가 이번에는 시군지역에 출마한다는 둥, 왔다갔다 해서는 유권자들도 횃갈린다.

       정치인생 걸고 지역민 만나야

전주에서는 많은 입지자가 A,B,C 세 개의 선거구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특히 정치에 새롭게 입문하는 입지자들이라면 처음부터 나는 A로, 나는 B로 출마하겠다는 정도의 의지와 각오는 가져야 한다. 그 정도의 집념과 열정도 없으면서 어떻게 출마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더욱이 어떤 입지자는 “정동영 의원이 수도권으로 갈 지도 모른다”며 C 지역구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에게 전북의 미래를 맡겨야 할지, 유권자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전직 국회의원과 신진 입지자들이 지역구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사이 지역 정가의 혼란은 가중된다. 당선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정치를 하려면 “나는 여기에서 정치 생명을 끝내겠다”는 정도의 각오는 하고 지역 주민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서울=김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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