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재문화부장

지난 연말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화기획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안을 하나 던졌다. ‘전북 예술인 창작환경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그는 전북 예술인들의 창작환경의 열악함을 털어놓고 있었다. 십 수년간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쌓인 그의 고민이기에 가볍지가 않다.

          전북 복합창작공간 전무

“2010년 집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98개소의 창작공간이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북의 현실은 열악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몇 개의 아트 레지던시 외에 이렇다 할 창작스튜디오나 복합문화공간을 찾아보기 어렵다. 몇 해 전부터 구도청사 공간을 두고 문화예술계는 복합문화공간화 하기를 거듭 요구해 왔었다.”
 
전국에 98곳의 창작공간이 있지만 전북에는 제대로 된 창작 스튜디오 하나 없다는 지적은 ‘예향 전북’의 허울을 드러내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88만원 세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전북 문화인력들에게 좋은 창작환경은 현재 ‘그림에 떡’일뿐이다.

창작환경의 개선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자치단체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이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수를 확충하고 그들의 창작 활동을 고무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기회 제공도 늘려야 한다. 전북도는 올해 아마추어 예술인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문화복지 정책을 제시했다. 문화복지 정책이 아마추어 예술인뿐 만아니라 전문 문화예술인에게도 많은 혜택이 돌아가길 기대한다. 한정된 재원이라는 조건 속에 자칫 전문 문화예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줄어들까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북도가 전주, 군산, 익산, 남원 지역주민의 문화활동과 복지 증진을 위해 펼치고 있는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동문거리 활성화를 위해 올해 1단계로 시민예술촌과 예술창작공간을 조성한다고 한다. 시민예술촌은 창작과 교육, 발표가 종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예술창작공간은 동문거리내의 빈 상가나 건물에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나 문화단체가 입주할 수 있도록 조성한다는 것이다. 예술창작공간의 구체적 운영 방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입주한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또 그 활동 속에 지역의 문제도 같아 보듬고 고민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문화계 생명력도 잃어

지역의 문제를 문화예술활동을 통해 해결한 사례는 국내외에 많다. ‘예술의 거리’사업이 지역과 문화를 같이 살리는 상생의 묘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다. 전주시가 1단계 사업으로 예술창작공간을 조성키로 한 것은 ‘공간’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배경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돼 가는 지역에 대한 ‘재개발’ 대신 ‘재발견’하는 정책적 자세도 고려해 볼만 하다. 건축 위주의 재개발이 지닌 한계는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이런 무모한 재개발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코드로 풀어나가는 지역 재발견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남고산성 입구 산성마을의 문 닫은 정육점이 문화예술인들의 거점이 돼 ‘산성마을 벽화’라는 전국적 성과물을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역에 들어선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돈 몇 푼으로 따질 수 없는 값진 결실을 가져온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다. 이렇듯 창작공간은 단지 문화예술인에 대한 일방적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도시 구석에서 오랫동안 비어있어 생명력을 잃은 공간을 창작공간으로 양성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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