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김일현 정치부 기자

① 경남과 싸워서 질 수밖에 없었어. 전북의 전략이 잘못됐어. 분산배치가 말이나 돼?KT-수원하고 싸워서 질 수밖에 없었어. 전북이 파트너를 잘못 잡았어. 어떻게 KT를 이겨. 회사 규모가 상대나 되나?

② 도대체 전북은 뭐 하는 거야? 어려울 것 같다고 프로야구 10구단 연고지 경쟁에도 뛰어들지 않고.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 그러니 되는 게 없지. 도지사가 3선 하려고 몸 사리는 거 아냐?

③ 정말 열심히 했는데, 역부족이었네. 정치력과 기획력이 뒤졌고 지원부대도 큰 차이가 있었어.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지난 몇 년간, 전북 오피니언 리더군의 생각과 평가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 ①과 ②일 것 같다.

경쟁에 참여했다가 실패했다면 ①, 경쟁에 참여조차 않았다면 ②로 많은 사람들이 몰렸을 것이다. 경쟁의 과정이나 결과를 떠나 김완주 도정은 ‘욕’을 먹을 가능성이 컸다.

원래 비난의 함성은 크고 격려의 목소리는 작게 들리는 법이다. LH의 경우.전북이 분산배치라는 정부 발표를 믿었다는 것부터가 순진했다는 비아냥을 듣는다.

일괄배치로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분산배치 전략이 뭐였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말을 믿은 전북을, ‘순진하다’고 비판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잘못은 정부가 한 것 아닌가.프로야구 10구단. 전북은 스폰서 구하기부터 어려웠다.

컨소시엄도 추진했고 우여곡절 끝에 부영과 손을 잡았다. 지역균형 논리로 대적했지만 KT의 자본력 앞에 무너졌다. 힘 없고 빽 없는 전북이 -부영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부영이라도 잡고 어떻게든 해 보려 했다.

LH와 프로야구 10구단 유치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사안이었다. LH 뒤에는 이명박 정부와 영남 정치권이 눈을 부라리고 있었고 민주당도 영남 눈치를 보느라 숨을 죽였다. 10구단 뒤에는 KT와 여당 정치 실세들이 버티고 있었다.

187만 도민을 대표하는 김완주 도정과 11명 야당 국회의원의 힘을 감안하면, 애초 힘든 싸움이었다. 만일 전북이 어떠한 도전도 하지 않고 몸을 사렸다면 굳이 욕 먹을 일도 없었을 터이다.

최근 김완주 도정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다. 김 지사가 일을 제대로 못했다거나 전략 부재라거나 애당초 되지 않는 싸움에 끼어들어 ‘돈’과 시간만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김 지사의 얼굴이 수척해 보인다. 서울과 전주를 오가며 수많은 공을 들였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고, 도민에 대한 미안함과 함께 아쉬움이 그를 수척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요즘 분위기로 봐선, “3선 가도가 어려워져서 수척해졌나”고 말하는 이들도, 있긴 있을 법하다. 하지만 도전을 하지 않고 전북이 도약할 수 있을까? 승부에 자신이 없다고 미리 포기하면 되는 것일까? 물론 몸과 마음은 편할 것이다.

도전한 게 없으니 잃을 것도 없고 욕 먹을 일도 없다. 국민연금공단 기금본부 유치도 마찬가지다. 어렵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으면 비난 받을 일이 없다.

삼성의 새만금 유치도, 삼성과 정부에 공을 떠 넘기고 가만히 있으면 욕 먹을 일이 없다.

그러나 전북의 후손들은 뭐라고 하겠는가. 승패를 정확히 예측하고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았으니 매우 현명하셨다…고 할까.①, ②가 아닌 마지막.③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얘기하기가 뭐하다.

열심히 일한 이들에게 격려했다가는 다음 한 마디에 대화가 끊긴다. “당신, 지사 쪽하고 친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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