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한혁준·한살림전북생협 상무이사

/한혁준(한살림전북생협 상무이사)

한살림운동을 온몸으로 이끄셨던 (고)박재일 회장님께서는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 그래서 생산과 소비는 하나다”라고 직거래운동의 철학을 말씀하셨다.

농산물가격에 따라서 한쪽은 손해보고 한쪽은 이득을 보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사고파는 상품의 관계로는 직거래운동을 설명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이익을 보려면 생산과 소비의 규모, 가격을 함께 결정하는 관계 즉 호혜적 관계, 상생의 관계를 만들어야한다.

직거래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직거래공동체를 구성해야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나 한해 직거래품목의 규모와 가격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직거래운동의 경험이 많은 생활협동조합 단체들의 경험과 사례를 활용해서 단계적으로 도시 아파트공동체와 농촌의 읍ㆍ면단위가 결합하는 직거래공동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직거래운동의 기본방향은 자립과 자치 협동이다. 직거래공동체가 구성되면 여러 가지를 결정할 수 있다.

한해 농사에 필요한 영농자금을 고비율 이자를 지불하면서까지 은행에서 빌리기 보다는 소비자가 선수금을 마련해서 지원할 수도 있고, 기후문제로 농작물에 냉해를 입거나, 홍수, 태풍으로 입은 농작물 피해의 복구를 위해서 생산안정기금을 조성 할 수도 있다.(한살림에서 소비자는 전체 매출액에 0.2%를 생산자는 출하금액에 2%를 생산안정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전라북도뿐만 아니라 광역시도별로 진행하고 있는 로컬푸드 기본계획, 농업농촌활성화 사업 등은 대개의 경우가 생산과 유통, 행정의 주체로 움직이고 있는데 여기에 소비의 주체가 빠져있다.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함께 논의하는 직거래공동체가 구성되어야 사업을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다.

공동체농업으로 잘 알려진 것으로 꾸러미사업과 농민장터, 직매장 등이 있고 형태는 행정주도형, 공동체주도형, 개인주도형 등이 있다. 이 중 지속가능하고 자립적이며 협동의 정신이 잘 녹아있는 것은 바로 공동체주도형이다.

공동체주도형에는 생산자와 소비자, 실무의 영역이 각각 자기의 역할을 수행하고 조율하면서 대량생산 대량소비라고 하는 자본의 논리를 극복하는 가운데 새로운 대안적 경제조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직거래운동은 농산물을 단지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양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농산물직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생산구조도 관행농에서 친환경농법으로 전환을 해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얼굴이 있는 생산과 소비의 관계로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소비구조 또한 싼 값에 많이 소비하고, 많이 버리는 이기적 소비가 아니라 생산자는 계획생산을, 소비자는 책임 소비하는 협동적 소비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결국 직거래운동은 새로운 대안적 생활 운동이며,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고, 자연과인간을 함께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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