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김성균(32)은 두 아들과 아내가 있는 어엿한 가장이다.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얘기도 종종 들어왔다. 영화 '이웃사람'에서는 살인자로 등장, 냉기 서린 눈빛으로 관객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이런 그가 열여덟 살 대학교 1학년 새내기라니…. 게다가 그룹 '타이니지'의 도희와 연인으로 묶였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신원호 PD가 꾸민 일이다. "영화에서 김성균을 보는 순간 '삼천포'로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음이 시킨 일을 실행으로 옮겼다.





김성균은 "삼천포를 연기하면서 사랑에 빠졌을 때 느껴지는 좋은 기운이 있었다. 그동안 작품을 하며 찌들어 있었다면 이번 드라마는 촬영하면서 힐링이 됐다"며 즐거워했다. "물론, 아내가 '오빠 내가 정말 쿨한 줄 알았다'고 할 때는 움찔했지만"이라는 농까지 곁들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걱정됐다. 조폭, 살인마 등 '악역 전문 배우'로 활동해오다가 스무 살 대학생으로 봐줄까 하는 우려에서다. 영화를 안 본 사람들이어도 '내 얼굴을 보고 속아줄까'하는 생각도 겹쳤다. "새내기 대학생, 이것만 해결하면 코믹한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시청자들 마음에 제가 좋은 이미지로 남을 수 있을까 고민이 됐죠. 그 부분이 해결된다면 뒤의 멜로는 당연히 재미있게 나올 거로 생각했거든요."



삼천포의 말투, 걸음걸이를 연구했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했다. "첫 방송이 나가지 않으니 죽겠더라. 몸짓까지 잡아놨는데 확인을 못 했으니까. PD님이 어떻게 날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모험이었다. 첫 회가 삼천포 특집이었는데 잘못 발을 디디면 끔찍할 것 같았다. 다행히 공들여 찍은 작품이 잘 나와서 '살았다'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성균은 신촌 하숙생 중 정우와 함께 맏형이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또래 배우들보다 두 살 어린 설정으로 갔다. "제일 형에서 제일 막내가 됐어요"라며 크게 웃었다.



도희와는 연인 사이지만 무려 열네 살 차이다. 어색했을 법도 한데 "너무 귀엽고 재미있었다"며 즐거워했다. "현장에서도 도희가 연기를 똑 부러지게 하니 너무 예뻤다. 동갑내기 여배우였으면 어색할 수 있고 기 싸움도 할 수 있었겠지만, 도희같이 귀엽고 예쁜 애가 파트너이니 기특하더라"며 만족해했다.

'윤진'(도희)을 향한 삼천포의 순애보가 부럽다는 시청자가 많다. 김성균은 "드라마를 하고 또 살면서 깨달은 게 있다. 여자를 이기려고 하면 안 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순정이라기보다는 복종적이죠. 남자와 여자는 생각부터가 달라요. 사건을 풀어나가는 해결방법이 틀린 것 같아요. 제가 화가 나더라도 식히고 시간이 지나서 대화로 푸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한 번 화를 내면 나쁜 사람이 돼요.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죠"라는 깨달음이다.





김성균은 '응답하라 1994'를 두고 "갖고 싶었던 추억"이라고 정의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연극영화과를 가고 싶었는데 실패했어요. 암울한 스무 살이었죠. 공부도 하고 잠도 자고 집 앞 의자에서 멍하게 앉아있었어요. 친구들은 대학생인데 저는 재수생이었어요. 대학 생활을 못 경험해봐서 이 드라마가 소중했어요. 판타지 같은 경험을 이룬 것 같아요. 그때 못한 것 경험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죠."

하지만 갑자기 높아진 인지도와 인기에는 조심스러워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때 기회가 빨리 왔다고 생각했는데, 지금까지 너무 빨리 잘 풀리는 것 같아 불안해요. 이런 생활이 언제까지 갈까 두렵기도 하고요"라고 고백했다. "드라마 이후 많이 과열된 것 같아요, 김성균이라는 이름에 대해 차분하게 임하고 싶은데 주위는 시끌벅적하고. 상황을 즐길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소화할 시간도 없이 많은 분이 알아봐 주니 당황스럽죠"라는 마음이다.

"저는 명절 선물 3만원짜리 식용유 세트면 충분해요. 하지만 요즘 제 모습은 300만원짜리 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아요. 적당히 받았으면 즐겼겠죠. 하지만 이 선물세트를 어떻게 갚아줘야 할지 걱정이 돼요. 더 잘하겠다는 말로 감사인사를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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