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내시경 과연 안전한가?

지난달 박모(47세)씨는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던 중 갑자기 사망했다. 작년 4월 부산 A대학 4학년 황모씨도 전문병원에서 대장 수면내시경을 받던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50대 최모씨는 지난 2009년 대장 수면내시경을 받은 뒤 30분쯤 지나서 혼자 화장실에 갔다 뒤로 넘어지면서 뇌에 큰 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이 됐다.

최근들어 진정된 상태에서 잠을 자면서 검사를 하기 때문에 검사에 대한 불편함과 공포를 느끼지 않고, 위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수면내시경(의식하진정내시경)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다.

20일 중앙대학교병원에 따르면 2011년에서 2013년까지 내시경 검사를 실시한 16만 4621명을 조사한 결과, 약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수면내시경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평소 건강하던 사람도 일반적으로 편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는 수면내시경으로 인해 드물긴 하지만 예상치 못한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수면내시경 검사는 진정제나 마취제를 주사한 뒤 진행하기 때문에 마취제의 종류, 다른 질환 유무, 내시경 당시 환자 상황, 응급처치 환경 등 여러 정황을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면내시경으로 인한 사고 대부분은 심장충격기와 산소포화도측정기 같은 응급장비 및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규모가 작은 병원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수면내시경을 실시할 때는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 등의 진정(수면)유도제를 사용하는데, 간혹 이런 약물의 부작용으로 회복 후 운동실조, 균형상실 등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나 쇠약한 환자는 수면유도제의 영향으로 호흡을 느리게 하거나 무호흡 또는 저호흡을 일으키며 혈압 또한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수면유도제의 부작용은 어느정도 불가피하지만, 상당부분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면 쉽게 회복할 수 있다.

문제는 수면유도주사를 맞은 환자를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시스템과 사고 시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전문 의료진이 없어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의료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수면유도제를 사용하는 의원급의 대부분은 심장충격기 같은 응급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으며, 수면유도제인 프로포폴로 인한 사망 사고는 확인된 것만 44건으로 이 중 절반은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외래에서 수면내시경 검사 및 시술을 하더라도 수술실과 같이 마취전문의가 있어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데, 실제 국내 현실에서 수면내시경 시술 시 마취전문의가 상주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따르면 수술실을 보유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마취 전문의가 없는 병원은 조사대상 총 1139개 중 418개로 36.7%에 달하며, 특히 병원급은 803개 중 49.3%인 396개 병원에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재규 교수는 "외래 수면 내시경 검사 및 내시경을 통한 시술이 잦은 요즘, 안전한 검사와 시술을 위해서는 전문 의료진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마취과 전문의가 내시경실에 상주해 응급상황 시 즉각적인 처치를 전문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마취과 전문의는 외래 수면내시경 시 직접 수면유도제 주사 뿐만 아니라 수면내시경 중 환자의 호흡, 맥박, 혈압, 체온 등 생체징후(바이탈 사인)를 유지시키고 내시경 중 심정지가 발생했을 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안전한 수면내시경 검사 및 시술을 위해 먼저 환자는 응급처치가 가능한 전문 의료진과 충분한 시설이 완비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특히 수면내시경 전 환자의 불안여부와 통증 민감도를 고려해 수면 여부를 결정한 후에 안전한 모니터링 하에서 실시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수면유도제가 간혹 호흡기능 감소 및 심장기능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수면내시경은 심폐기능 장애환자 및 급성질환자는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수면내시경 검사가 끝난 후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는 병원에 머물러야 하며, 검사 당일은 가능하다면 휴식을 취하고 당일은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며 보호자를 동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내시경 후 운전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운전뿐 아니라 칼이나 절단기 등 날카로운 도구를 사용하는 작업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소독이 불량한 내시경 기계로 검사받을 경우 B, C형 감염, 에이즈, 결핵 등에 감염될 위험이 있으므로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의 소독 세척지침을 준수하는 의료기관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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