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배우 지진희가 4일 오전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탤런트 지진희(43)의 손이 분주하다. 등산용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집에서 싸온 빵에 딸기잼을 발라 한 입 문다. 빵을 씹으며 SBS TV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에서 만난 배우, 스태프들과 단체 채팅을 즐긴다.

"마지막 방송은 (김)지수네서 와인을 마시며 봤다"며 즐거워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개인적 성장을 이뤘어요. 일하면서 내 삶을 뒤돌아보는 게 쉽지가 않거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촬영하면서 저와 맞춰가며 생각을 하게 됐죠. 말 한 마디라도 더 잘할 걸 반성도 하면서요."

지진희는 '송미경'(김지수)의 남편이자 젊은 CEO '유재학'을 연기했다. '나은진'(한혜진)과 불륜 후 뻔뻔한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내 미경을 이해하게 되면서 화해의 방법을 터득해 나간다.

"방송 초반 욕을 많이 먹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오빠의 매력이 많이 살아났다'고 좋아했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 제대로 된 캐릭터를 만난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라며 만족스러워 했다.

드라마에서는 가부장적 남편이었다. 현실에서는 100점 만점에 60~70점 아빠와 남편이라고 스스로 점수를 매겼다. "최소한 반 이상은 넘는 것 같다. 너무 고맙게도 아내와 아이들은 나를 100점짜리로 생각해주는 것 같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아내, 나, 어머니 등 모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편"이라는 것이 비결이다. "이 모든 사람을 수직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로 둔다. 내 가족, 내 자식일 수는 있지만, 그들은 내가 될 수 없다. 사람은 다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행동을 짐작하게 된다. 이 사람을 어떤 사람이라고 각인시키면 전과 다른 행동에 '너 왜 그래?'라고 서운함을 느낀다. 기대하게 되면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면 많은 것을 알려고 해요. 물론 기본적인 건 알아야 하겠지만 그 이상의 것들을 미리 다 알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거 같아요. 천천히 알아 가면 돼요. 다 알아버리면 재미가 없잖아요. 골목길이 재미있는 건 그 뒤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거든요. 설레고 두렵기도 하면서 상상할 수 있는 재미랄까?"

자녀에게도 그렇다. "아이를 수직관계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아내와 나의 사이를 질투한다. 때로는 '아빠는 누구를 더 사랑해?'라고 나에게 묻는다. 그럼 나는 '엄마를 제일 사랑하고 너는 두 번째'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서운해 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도 그게 더 좋은 것 같다.

이런 말은 내가 예전부터 들었던 얘기다. 또 아내에게도 '아이에게 올인하지 말고, 네 맘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아이는 여자 생기면 끝이다. 아내와 내가 잘 사는 게 교육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부관계에서도 "웃으면 화해가 된다. 또 얘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 번은 저녁을 먹고 와인 한 잔 하면서 밤새 얘기한 적이 있어요. 몰랐던 부분이 계속 나오더라고요. 아침까지 대화한 것 같아요.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펑펑 울기도 했죠.

서로가 쌓였던 것들을 말로 푸니 어마어마한 힘이 있더라고요. 사람들은 얘기하는 시간을 피해요. 서로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진짜 속 얘기를 하는 게 많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지진희는 "아내들은 중년 남성들에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남자들은 건조하고, 말도 툭툭 내뱉고 자기중심적이다. 이런 모든 것들은 풀 수 있는 무언가가 없어서다.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치고 하는 것도 풀어가는 과정이다. 그런 시간이 있어야 집에서 집중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집에 너무 늦게 온다고 보챌 일만은 아니다"는 것이다.

'취미'도 중시했다. "음주를 즐기기도 했지만 결국 내 몸이 망가지고 더 스트레스가 됐다. 술 마시는 건 취미가 아니다. 이제껏 스트레스를 그렇게밖에 안 풀어서 봐서 그렇다. 뜨개질도 할 수 있고, 금속공예, 바리스타, 와인 감별사 등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 시간과 경제력이 없다는 건 다 핑계다. 조금만 투자해서 취미를 가지면 삶이 바뀔 것 같다"고 권했다.

지진희는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위기를 극복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가족들에게 자주 듣고 있어요. 또 주변 분들께 꼭 해주라고 하고 싶어요. '사랑해'라는 말이요. 이 말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가족들 모두 둘만의 표현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따뜻한 말, 표현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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