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현 정치부장

지역에서는 호남내  역차별론이 들끓지만 이 것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국회 기자실의 호남기자단 모임이다. 전북과 광주전남의 기자들은 서로 호남 발전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낸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알기 때문일까, 회식 자리의 건배 제의도 ‘호남은 하나다!’ ‘호남 발전’ 등의 동질성 깊은 구호가 많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호남권 기자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게 있다. 호남의 인물, 차세대 인물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호남 기자들은 지역의 유능한 인재를 중심으로 그를 어떻게 성장시킬 지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광주든 전주든 전남이든 전북이든 지역은 관계없다. 며칠 전,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인 김관영 의원(군산)이 호남기자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모임이 끝난 뒤 몇몇 광주전남 기자는 “우리도 저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전북 기자에게 덕담을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정세균 정동영 등 선 굵은 전북 정치인에 이어 김관영 의원도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실제로 전국 최연소 공인회계사 합격에 이어 사법고시와 행정고시 패스 그리고 김&장 출신의 화려한 스펙은 차세대 정치인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40대의 연령, 빠른 두뇌회전, ‘예능적’ 감각도 뛰어나다. 그러나 김관영 의원이 차세대 주자로 성장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많은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선택해야 할 과제가 많고 또 그 고비를 어떻게 넘어서느냐에 따라 차세대가 될 수도 아니면 평범한 의원이 될 수도 있다.

김 의원이 당장 눈앞에 둔 선택은 6.4 지방선거다. 지방선거에서의 선택이 김 의원의 정치 행보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군산은 쟁쟁한 인물을 수없이 배출해 왔다. 고건 전 총리를 비롯해 강현욱  강봉균 등은 우리나라 정치 경제를 이끌어왔던 인물들이다.

그래서 지역에선 이들에 대한 향수가 여전하고 군산 자부심도 대단하다. 강봉균 전 재경 장관은 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핵심 포인트는 김관영 의원이 강봉균 전 장관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강 전 장관은 안철수 의원의 강력한 지원과 스스로의 출중한 경력을 바탕으로 강풍을 일으키고 있다.

강 전 장관의 출마가 전북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특히 군산은 더욱 그렇다. 김 의원은 2012년 국회의원 총선에서 강봉균 당시 지역구 의원과는 직접 대결하지 않았다. 강 전 의원은 중앙당의 공천 과정에서 원천 배제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강봉균에 대한 지지층 결집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고 그에 덧붙여 동정, 연민 여론도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런 상황은 군산의 여론이 갈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강봉균 지지 그룹, 지지하지 않는 세력 그리고 중립을 지키려는 세력이다.

여기에 지역내 탄탄한 기반을 갖고 있는 문동신 군산시장의 움직임도 변수다. 김 의원은 피해갈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강봉균을 지지할 것인가 아니면 민주계 출신 후보를 지원할 것인가? 지역내 통합이 명분이면 강 전 장관과 손을 잡아야 하고,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계 지원으로 마음이 끌릴 것이다.

그러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해법은 없다. 김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 호남 기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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