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바로 ‘백반증’ 환자들이다. 백반증은 멜라닌 색소부족 등의 이유로 피부에 얼룩덜룩한 흰색 반점이 생기는 질병이다. 아토피, 건선, 지루성피부염 등 다른 난치성 피부질환과 달리 진물이 흐르거나 가렵고 아픈 고통이 없기 때문에 환부에 옷이 닿아도 무방한 것이 특징이다.

겨우내 두꺼운 옷에 가려졌던 환부들이 따뜻한 날씨로 인해 노출되면서 악화할 위험성이 높다. 백반증 환자들조차 모르는 더 달갑지 않는 소식도 있다. 겨울 전보다 백반증 환부가 십중팔구 커져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바로 피부의 국소적 손상부위에 병변이 생기는 ‘쾨브너 현상’ 때문인데, 니트, 스웨터 등 합성섬유처럼 겨울철에 입는 거친 소재의 옷들로 인한 피부마찰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백반증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손목시계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한 부위나 스키니진을 입고 마찰이 생긴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경향이 있다.

봄은 백반증 환자에게 육체적인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자외선이 강한 봄 햇살에 멜라닌 색소가 부족하거나 결핍된 환부가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민소매를 입을 수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우보한의원 서울 압구정본점 이진혁 원장은 15일 “일반적으로 자외선은 멜라닌세포를 활성화해 색소합성을 증가시키지만 이미 멜라닌색소가 파괴되고 부족한 부위에 많은 양의 자외선을 쬐게 되면 화상을 입는 것은 물론 그로 인해 환부가 커지고 번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며

“외출 시에는 백반증 발생부위에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바르고 모자나 긴 옷 등을 활용해 햇빛이 직접 닿는 것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물론 햇살을 무작정 피하고 가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단지 조금이라도 증상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조 장치일 뿐이다.

자외선 또한 제대로 활용하면 좋은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햇빛 속 자외선과 달리 자외선 중 필요한 파장대만 백반증 환부에 쬐게 해주는 의료용 ‘자외선광선요법’은 엑시머레이저와 더불어 피부 속 색소세포를 자극하는 백반증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백반증의 발생기전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아 하얗게 변해버린 환부를 되살리는 방법은 멜라닌세포의 합성능력을 증가시키는 치료만이 유일하다. 최근에는 한약을 활용한 치료법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진혁 원장은 “한의학에서 백반증 등 난치성피부질환은 인체 면역시스템의 교란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본다”며 “우백환이 교란된 면역시스템을 바로잡고 멜라닌생성세포 자극호르몬(α-MSH) 작용을 촉진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티로시나제(tyrosinase)’ ‘TRP1’ ‘TRP2’ 등 멜라닌 합성효소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아의 경우 백반증 환자가 아니더라도 봄철부터는 장시간 야외활동을 하면 피부가 일광화상을 입은 뒤 백반증이 생길 수 있어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소아 백박증은 발병초기에 1∼3㎝ 가량의 작은 반점 한두 개가 피부에 생기는 수준이었다가 발병 3개월 사이에 다른 곳까지 급속도로 확산될 만큼 성인보다 번지는 속도 또한 더 빠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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