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트라이앵글' 실패, 시청자는 신선한 제품을 원했다
MBC '트라이앵글' 실패, 시청자는 신선한 제품을 원했다
  • 전북중앙
  • 승인 2014.07.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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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어떤 이슈도 만들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예상된 참패다. MBC는 안정적인 기획이었다고 자평할는지 모르나, 게으르고 안이한 드라마였다는 외부평가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종방 직전에 시청률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이는 '트라이앵글'이 경쟁작보다 오래 방송했기 때문이다.

5월5일 8.9% 시청률로 시작한 드라마는 약 한 달 뒤인 6월17일 방송에서 자체 최저시청률 5.7%를 기록했다. '트라이앵글'의 실패는 '허준'(1999) '올인'(2003) '주몽'(2006) '빛과 그림자'(2011) 등 히트 드라마를 쏟아낸 최완규 작가의 굴욕이었다. 이범수는 드라마에서 반복되는 부진을 또다시 털어내지 못했다. 아이돌 스타가 시청률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예이기도 하다.

'트라이앵글'에 대한 평가는 한결같다. 전문가뿐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이 드라마의 이야기가 너무도 식상하다고 말한다. 도박과 복수와 야망, 그 안에서 꽃피우는 사랑, 그리고 출생의 비밀, 형제의 엇갈린 운명 등 이런 이야기는 10여년 전이라면 혹시 시청률을 담보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 당장 '트라이앵글'과 경쟁했던 드라마들이 어떤 소재로 승부를 걸었는지를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했는지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트라이앵글'은 하나의 기점이 될지도 모른다. 주중 밤 10시에 방송하는 드라마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트라이앵글'은 제작진이 전혀 원하지 않은 증거 자료가 된 것인지도 모른다.

"진부하고, 식상했죠. 다른 것을 떠나서 PD와 작가가 자신의 전작을 복제하다시피 해서 만든 드라마입니다. 이게 결정적이죠. 이미 다 나왔던 이야기이니까요. '트라이앵글'은 최완규 작가가 쓴 '올인' '태양을 삼켜라'와 거의 유사한 이야기잖아요. 그리고 다른 작품이지만 '에덴의 동쪽'과도 굉장히 유사한 측면이 있죠. 멀게는 10여년 전에 완결된 이야기를 아직도 하고 있으니까 시청자들이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 평론가인 충남대 윤석진 교수는 '트라이앵글'의 실패를 "최완규 작가의 한계"라고 평했다. 최근 들어 최 작가의 글이 정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공식에 맞춰 이야기가 제조되고, 예상할 수 있을만큼 보여준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트라이앵글'의 가장 큰 축이 되는 탄광 노동자와 경영자의 '노사 대립'은 이미 '에덴의 동쪽'이 보여줬던 이야기다. 노사대립으로 노동자 측 한 사람이 사망하고, 시간이 흘러 그 노동자의 아들이 악덕 경영자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반복됐던 이야기다. 여기에 형제의 출생의 비밀을 더한 것 또한 비슷하다.

이 드라마의 낡은 정서는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오정희'(백진희)와 '황신혜'(오연수)는 사실 '트라이앵글'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다. 굳이 이 두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도 드라마의 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오정희'는 '장동철'(김재중)에게 종속된 인물이다. '황신혜'는 여성 프로파일러라는 흥미로운 설정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는 단순히 직업일 뿐 '장동수'와의 어설픈 멜로 라인을 형성하거나 세 형제의 관계를 밝히는 도구적인 인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다분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여성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생각 외로 시청률이 안 나왔다기보다는 그럴 가능성이 높았죠. 대본이 '올드'해요. 사랑과 야망, 출생의 비밀 기본으로 깔리고…. 뻔하잖아요. 또 다른 문제는 소재의 문제가 있어요. 도박 또는 카지노라는 게 영화가 아닌 드라마 소재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거든요. 다룰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잖아요. 이런 면에서 볼 때 도박은 드라마에서 다루기에는 좋은 소재가 아니에요."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도박이라는 소재를 "제대로 풀어내려면 강하게 써야 하고, 강하게 쓰면 논란이 되는 부분이 많은 소재"라고 짚었다. 모든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도박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겉돌게 된다는 것이다.

도박을 드라마에 끌어들인 게 바로 최완규 작가다. '올인'과 '태양을 삼켜라'는 도박을 사용해 성공한 드라마다. '트라이앵글'과의 차이는 도박을 적당히 사용할 줄 알았다는 것이다. 앞선 두 드라마가 도박을 극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 정도로 쓸 줄 알았다면, '트라이앵글'은 이 소재를 너무 남발했다.

'장동철'과 '장동우'(임시완)의 1대 1 도박 장면이 가장 좋은 예다. 두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도박판을 벌인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장동철'이 도박에 능하다는 소문을 '장동우'가 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장동철'은 첫 판부터 올인 전략을 써 손쉽게 승리한다. 재미도 감동도 긴장감도 없는 장면이었다. 도박으로 시청자의 눈을 잡아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너무 보였다.

또 '타짜' 같은 영화를 통해 도박이라는 소재를 최상으로 다룬 작품을 본 대중이 '트라이앵글'의 도박 사용법을 보고 새로움을 느끼기는 힘들어 보인다.

윤석진 드라마 평론가는 "몇 년 전부터 지상파 드라마의 시청률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제작진이 갈피를 못 잡고 비슷한 콘텐츠를 반복하고 있다"며 "'트라이앵글'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자기복제가 가장 심한 방송사가 MBC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특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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