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순위 1위,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중요시 여기지는 않아요. 음악계에서는 그런 것이 크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거든요.”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

가요계가 분주하다. ‘세월호’ 침몰 사고, 브라질월드컵을 견딘 가수들이 신곡을 쏟아내고 있다. 각 음원 사이트의 차트는 쏟아지는 신곡들을 반영하느라 요동친다. 소속사는 아침과 저녁이 다른 실시간 차트를 주시, ‘음원 차트 1위’ ‘음원 차트 올킬’ ‘차트 줄세우기’ ‘상위권 진입’ 등 홍보자료를 만드느라 바쁘다. 이후 관련 기사는 연예 매체의 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쏟아진다.

“음원이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궁금증에 들어보는 분들 덕분에 1위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떨어지지 않았으면, 오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씨스타’ 효린)

음원 차트 상위권은 팬심과 호기심의 도움을 받는 신곡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입지를 쌓은 가수나 그룹이 새 노래를 발표했을 때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야깃거리가 되는 시절인 까닭에 대다수는 양현석 프로듀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같은 이유로 ‘음원 차트 1위’보다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음원 차트 롱런’이다. ‘음원은 원래 수명이 짧다’는 말이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정점에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곡이 아닌, 차트에 오래 머물며 대중의 사랑을 오래 받는 ‘음원 차트 롱런’ 곡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씨스타’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신곡 ‘터치 마이 보디(Touch My Body)’는 앞서 언급한 효린의 바람대로 됐다. 발표 한 달이 임박한 최근까지 각 차트 10위권 주변에 이름을 걸고 있다. 계절에 맞춘 경쾌한 곡과 ‘씨스타’ 특유의 건강미가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상위권의 범주를 넓히면 ‘롱런’ 곡은 늘어난다. 20위권에 걸린 그룹 ‘빅뱅’ 태양의 솔로곡 ‘눈.코.입’은 공개 두 달이 넘은 노래,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레이나와 래퍼 산이가 함께한 ‘한여름밤의 꿀’도 2개월이 지난 곡이다.

가수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산울림’의 ‘너의 의미’는 어떤가. 발매일이 5월16일, 석 달이 흐른 곡임에도 각 음원 차트 상위권에 여전히 이름을 걸고 있다. ‘씨스타’의 소유와 같은 소속사 가수 정기고가 함께 부른 ‘썸’은 다섯 달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다. 몇몇 아이돌 그룹들이 돌아가며 독식하던 음원 차트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는 지점이다.

무엇보다 ‘좋은 노래’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는 평이다. ‘이름값’으로 차트에 진입했더라도 노래가 좋지 않으면 대중의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10, 20대가 주를 이뤘던 음원 소비자층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조용필로 시작해 이어진 다수 거장의 컴백, 이에 자극받은 중견가수들의 분투,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룹과 가수들의 새 음반 소식에 30·40 세대가 적극적인 음원 소비자로 편입됐다는 견해다. ‘들리는 노래’가 차트에 다수 포진해 있다는 점이 방증이다.

반면, 차트의 장기 집권이 대중의 기호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가요계 관계자는 “듣고 싶은 음악을 선별해서 듣는 이들만큼 ‘음원 차트 전곡 듣기’ 등의 서비스를 통해 음원을 소비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소비자들이 많을수록 한 번 순위권에 오른 곡들은 차트에 오래 이름을 걸게 된다”고 짚었다.

차트의 변화를 마주한 가요 관계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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