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수 경제부장

건설업계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삼성, GS 등 굴지의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고 중견그룹들은 계열 건설사의 부실로 그룹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도내 건설업체 대표들은 한결같이 “너무 어렵다.

IMF 때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라며 극심한 불황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도 내부사정을 자세히 모르는 일반시민들은 현재 도내 건설업계가 엄청난 호황을 누리며 커다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몇 년 사이 혁신도시등에 부동산시장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분양하는 아파트마다 100% 계약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 만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모습은 단지 주택사업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이다.

도내 건설사로 등록된 종합 및 전문건설업체들은 대부분 아파트분양과는 상관없다.

대부분이 외지 대형업체들이 최고가로 팔리는 비싼 택지를 싹슬이 하며 도내 아파트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이다.

매출규모가 제법 되지만 주택사업을 거의 하지 않는 모 건설업체는 올 들어 수억원짜리 입찰공사 하나 따낸 것이 전부다.

이 업체 대표는 현재 상황을 “손가락만 빨고 있다”며 씁쓸하게 이야기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지역업체의 생존은 어떻게든 일거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도내 지역에서 수백억원대의 공사가 진행되지만 지역업체들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적이나 규모·재정형편 등에서 떨어지다 보니 단독으로 공사를 맡기 어렵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역건설업체들을 의무적으로 컨소시엄에 포함시키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 대형공사는 지역중소건설업체와 외지 대기업 간에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하여 공사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지분비율에 따라 공사비를 투입하고 이익도 나눠 갖는 구조다.

얼추 보기에는 모양이 갖춰지고 지역업체들도 공동도급사로서 공사에 참여하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지역 업체들은 대기업들의 횡포에 시달리며 경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일부 대기업들이 공사진행과정·공사비 투입·사후정산 등에서 공동도급사인 지역업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인 집행을 한 후 공사투입비용을 더 부담하라는 식으로 통보하는가 하면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몇해전 일이다.

A사는 외지 대기업인 B사와 49대 51의 지분율로 수백억원대의 공사를 진행해 2년여 만에 끝마쳤다.

2년여간의 공사기간에 B사의 이런저런 부당한 요구에 시달렸지만,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요구대로 군말 없이 공사를 진행했다.

공동도급사로서 원가작성에서부터 자재공급 등에서 의견을 나누고 합의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언제나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등 부당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단독으로 공사를 따낼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다음 공사에서도 공동도급사로 함께 참여하려면 고분고분 따를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B사는 건물이 준공된 지 1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추가공사비를 A사에 요구하고, 일방적으로 소송까지 진행시켰다.

A사는 자재공급단가 인상에서부터 현장투입 인건비부담 등 B사의 횡포로 당초 예상한 수익도 올리지 못했지만 결국 추가공사비를 부담하고 말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한 것은 A사만이 아니다.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지역 대형공사를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지역건설업체들은 모두 한 번쯤은 겪어봤다.

단독 공사입찰이 불가능한 지역업체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이지만, 대기업과 손을 잡아야 일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쪽에 잘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재로서는 공사발주자나 지역업체에서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다.

외지 대기업들이 지역업체들을 공동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지금처럼 단순히 하도급업체 정도로 생각하면 이 같은 불합리, 부당함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당초 계약된 사항이라도 지키는 신뢰가 필요하다.

그렇치 않고서는 도내 건설업체는 대기업의 영원한 을(乙)에 불과할 것이다.

상생(相生)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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