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주 국회의원

전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온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에도 보이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위기상황에서는 신속히 전면에 나서서 정국을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사태의 본질은 위헌 논란이 아니라 정부여당 내부의 권력투쟁이다.

핵심은 대통령 자신을 배신한 여당 지도부에 대한 ‘축출’이며, 국민과 국회를 볼모로 한 복수의 정치다.

대한민국은 헌법에 삼권분립을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법률의 위임 범위 내’에서 정부가 행정입법을 만들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과 규칙, 법을 뛰어넘는 초법적 행정입법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야 국회의원 211명 절대다수가 찬성으로써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구태정치,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했다.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배신의 정치? 누가 누구를 배신했다는 말인가? 자신의 뜻에 거스르는 사람과 정치세력은 ‘배신자’이고, 오직 ‘심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마치 일국의 왕이라도 되는 것처럼 배신을 운운하고, 국민에게 배신자 척결을 주문했다.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서 여당 국회의원을 낙선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의 이유로 삼권분립을 내세웠지만, 정작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 것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배신자 척결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복수의 정치로 정국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유승민 대표와 함께 할 수 없다며, 시급한 현안인 메르스 대책 당정협의도 거부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번에는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면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

바로 유승민 원내대표와 비박계 의원들이다.

김무성 당대표 역시 배신자 심판의 과녁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배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대통령이 모욕을 느꼈다고,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김무성 대표가 공천에서 탈락했고, 기초연금 대선공약 파기에 반대한 진영 복지부장관이 스스러 그만뒀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찍혀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이제 배신자를 향한 칼날은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비박계 의원들로 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자에 대한 복수의 정치는 그의 아버지 박정희 정권의 유신시절로 돌아간 듯 하다.

자기 말 듣지 않는 여당 의원들을 중앙정보부로 끌고가 고문했던 것처럼  국회를 통법부로 여당을 하수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을 제왕적 대통령으로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비정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말했지만, 정작 배신은 국민이 당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대선 때 약속했던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들은 하나같이 폐기되었다.

국민대통합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박근혜 정권 2년 반은 갈등과 분열만 높아진 시기였다.

정권 무능의 책임을 여당 원내대표에게 지우려는 ‘남탓 정치’도 이제 지겹다.

박근혜대통령은 이제 친박계 수장이 아니다.

특정 계파와 소속정당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통합의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더 이상 선거의 여왕 역할을 계속해서는 안된다.

새누리당도 국회법 개정안 재의 표결에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더구나 무기명 비밀 투표이므로 자신의 소신을 지킬 수도 있다.

여당지도부가 이탈표가 두려워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당론으로 정한 것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여야가 서로 합의 처리한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하고 재의를 요구했으면 다시 당당하게 표결에 참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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