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전 총장

통도사 영취산 문 매표소를 둘러싸고 있는 적송들은 옛 향을 머금은 채 늘 푸른 솔빛을 발해, 소나무를 좋아하는 필자를 반하게 만들어, 한참을 서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러한 소나무 군락은 주차장까지 이어졌으며, 주차장 주변에 있는 적송은 더 한층 한국적인 미를 느끼게 했다.

통도사는 여느 사찰과 달리 영취산 자락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주변 영취산이 부드럽고 아름답게 사찰을 품고 있기 때문에 자연과 하나 된 느낌이다.

영취산(1058m)은 신령령, 독수리취, 메산으로 정상의 형상이 독수리가 앉아서 무엇인가를 직시하고 있는 독수리 머리 형상을 닮은 느낌이다.

통도사는 국내 三寶(삼보)사찰 중 불보 사찰이며, 지리산 중산리 계곡을 오르다 보면, 천왕봉을 1km 정도 남겨둔 지점에 법계사란 사찰이 있는데, 이 사찰도 통도사처럼 불상을 모시지 않고, 절 뒷편 바위 위에 사리를 모신 탑이 있다.

통도사는 절 주위로 맑은 물이 흐르는 천이 있는데, 이 천을 따라 늘어 서 있는 적송의 아름다움은 안면도의 ‘안면송’과는 또 다른 美(미)를 느끼게 해 준다.

극락이 따로 없다.

영취산 중턱에 위치한 ‘극락암’에 오르면, 암자 뒤로는 영취산 자락이 휘감아 온후함을 느끼게 한다.

극락암 주위에 있는 적송은 왜 그리 아름다운지… 또 그 적송 앞을 휘감고 있는 대나무 숲을 보고 있는 필자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극락암은 세겹의 울타리 안에 있는 명당 중의 명당인 것 같다.

살아서는 이보다 더 아늑하고 조용하고, 햇살을 따스하게 받는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인지 산사에 계시는 스님들의 표정도 밝으며, 피부도 맑고 푸른 하늘처럼 청량하고 온화하여 평온함을 느끼게 해준다.

저 멀리 보이는 영취산 정상의 독수리 머리 형상이 한결 더 가깝게 다가온다.

극락암에서 좀더 올라가면 ‘비로암’이라는 암자에 다다르게 되는데 비로암도 극락암처럼 주위에 대나무 숲이 있고, 그 주위를 적송들이 여유 있게 감싸고 있으며, 저 멀리에는 영취산 자락이 휘감고 있다.

청량한 물과 그 물들이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음률의 교향악에 맞추어 각종 산새들이 부르는 노래는, 자연을 음미하고 탐색하게 하는 느낌 충만의 에너지원이다.

영취산 정상을 향해 오르다 보면, 적송군락들이 가끔씩 다가오는데, 적송이 빨간 속살을 드러내 보이며, 강한 육체미를 뽐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소나무의 근성이 아닐까?

정상을 향해 얼마쯤 더 올라가다 보면, 길이 가파라지고 바위산이 눈 앞에 들어오는데, 마치 영암 월출산처럼 그 빼어난 경관을 직접 느껴보면 감탄을 연발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정상의 독수리 머리 형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기기묘묘함을 느끼게 해 준다.

새의 강자 독수리, 그 독수리의 날개처럼 펼쳐지는 영취산 줄기, 그 영취산의 가운데 자락에 안정되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한 자리에 위치한 통도사는 대사찰의 웅장함, 근엄함, 신통력을 느끼게 한다.

행복은 느낄 수 있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필자도 속세를 떠난 기분이다. 서방의 아미타불을 만나 극락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것도 본인이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요즘 세상을 들여다보면, 특히 필요한 것이 “충효”라고 느껴진다. 부모에 대한 효도와 나라를 위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는 것이 애국하는 일이다.

학교에서도 단어 하나 공식하나 더 알려주는 것보다, ‘인의에 바탕을 둔 충과 효를 행할 수 있는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것’ 즉, ‘인간의 향기가 피어 오르는 참다운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 학교에서 해야할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행복은 “순간의 정서”이기 때문에 어디를 가든, 무슨 생각을 하든, 무엇을 먹든, 순간순간의 아름다움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이 본인도 행복하고, 사회도 안정되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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