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들 모두, 그냥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해보면 어떨까?” “기분이 꿀꿀할 땐 기지개 한 번 켜고 파란 하늘을 봐” “오늘 하루 어땠어? 별일 없었어? 많이 힘들었구나. 말 안해도 알아” 서울 마포대교를 걸었다.

국정감사 준비 차 마포에서 손님을 만났다.

정보원이 전해준 피감 기관에 대한 비리 첩보의 퍼즐을 짜 맞추기 위해 일부러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걷기로 한 터였다.

손 뻗으면 닿을 듯 했던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었지만 막상 걷다 보니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마포대교 자체의 길이가 무려 1400미터에 육박한다.

걷다보니 교량 난간에 위와 같은 위로의 글귀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이 아름다운 다리가 ‘자살시도 1위 다리’라는 것이 새삼 떠올랐다.

통계에 따르면 한강 교량과 주변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은 연간 1000명 수준이다.

마포대교에서 4년7개월간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무려 234명에 달한다고 한다.

자살을 방지하기 위해 행정당국은 생명의 끈을 놓지 않도록 희망 섞인 글귀들을 새겨 넣고, 키를 훌쩍 넘는 자살방지 펜스, SOS 생명의 전화, CCTV 긴급출동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자살 시도가 수그러들지 않자 서울시 등은 수난구조대가 자살 구조자를 경찰서로 인계하기 전에 이름과 전화번호 등 신원정보를 확보한 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 상황에 맞는 ‘맞춤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어쩌다가 우리나라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8.7명에 달하는 ‘자살 1위 국가’로 전락했단 말인가! 우리나라는 지금 칡(葛, 갈)과 등나무(藤, 등) 숲 속에서 헤매고 있다.

칡덩굴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는다 해서 갈등이다.

빈부갈등·세대갈등·지역갈등·남녀갈등·보혁갈등·남북갈등 등이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전형적인 양극화다.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한국사회가 안고 있다.

그렇다면 정치는 한국사회의 갈등 ,양극화를 줄이는데 일조하고 있는가? 반문한다.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증폭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지지세력의 결속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하고 자극하는 고전적 수법은 정치적 코너에 몰릴 때마다, 선거때마다 고개를 쳐든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거에 이기기 위해 강한 세력의 편을 든다.

곧 국정감사가 다가오다.

이번 국정감사에 임하는 나의 키워드는 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돕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다.

약자와 조직화되지 않은 국민위에 군림하는 수퍼강자, 수퍼갑을 누르는 국정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마포대교를 걸으면서 다짐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젊은 청춘, 어깨 축 쳐진 가장이 지금보다는 줄어든 세상을 만들고 싶다.

희망의 글귀가 적혀 있지 않아도 누구나 밝은 미래를 설계하는 마포대교를 만들고픈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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