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창기자의 한 장의 음반이야기
더 카즈 'Great Hits'

영화 '트랜스포머' 미래자동차 연상

자동차와 로봇이 주인공인 영화 ‘트랜스포머’를 아는가.

머나 먼 미래에서나 가능한 일을 스크린에서 만났던 당시 설렘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하루 종일 가지고 놀았던 로봇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다양한 화기를 자랑한 채 도심 속을 폭주한다.

로봇은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자동차로 변신해 대로를 질주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착각마저 일으킬 정도로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다.

영화는 로봇이 관전 포인트이지만 자동차도 놓칠 수 없다.

미국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가 협찬해 대형트럭부터 승용차, 스포츠카 등 다양한 자동차들이 등장한다.

이 중 가장 관심가는 게 주인공의 보호역할을 맡은 노란색 자동차다.

1960년대 생산된듯한 구형 스포츠카지만 주인공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멋진 로봇으로 변신해 위기를 넘긴다.

주인공이 자동차와 함께 여주인공에게 구애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이 매우 적절하다.

1980년대 초반 활동했던 록밴드 더 카즈의 ‘드라이브’다.

낡디 낡은 구형의 자동차를 보면서 여주인공은 인상을 찌푸리지만 이내 마음을 바꾸게 된다.

언제 고장날지 모르는 단순한 구형 자동차가 아님을 단숨에 알아차린 것이다.

사악한 로봇들이 언제 침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녀 주인공은 구형 노란 스포츠카를 타고 석양 노을과 함께 멋진 데이트를 즐긴다.

이 때 흘러나오는 더 카스의 ‘드라이브’는 노래 제목 뿐 아니라 가사까지 상황과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록밴드 더 카즈는 1980년대 초반 왕성한 활동으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록밴드 형식을 띠었으나 엄밀히 띠지면 록밴드보단 그냥 밴드로 불리는 게 맞다.

1980년대 초반은 1970년대 활동했던 레드 제플린이나 딥 퍼플의 후계자임을 자칭하는 수많은 밴드들이 제2의 르네상스라 불릴 정도로 활동했다.

이들은 선배들이 세운 금자탑을 이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려 했으나 대부분은 단명하거나 선배들을 넘어서지 못한 채 기억 속에 사라졌다.

당시 유행했던 댄스 뮤직에 익숙한 대중들도 이제는 헤비메탈이나 록 사운드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주된 이유다.

밴드들은 방향을 선회했다.

선배들의 무거운 메탈 사운드를 과감하게 걷어내고 좀 더 가벼운 음악을 선택했다.

듀란듀란이나 컬쳐클럽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이들이 보여준 음악은 기존에 찾아볼 수 없는 장르로 당시 평론가들은 이들을 ‘뉴웨이브’ 사운드라 칭했다.

오늘 소개할 더 카즈도 이런 성향에 편승했다.

이들은 분명 외적으론 밴드였지만 음악장르는 기존 메탈사운드와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드라이브’를 비롯해 ‘매직’ 등이 성공을 거두면서 한 때 인기를 얻기도 했으나 별다른 이유 없이 활동을 그만두면서 어느 순간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아쉬운 밴드다.

이들의 앨범을 모두 구입하기엔 다소 금전적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고, 이들의 히트곡을 모은 모음집을 추천하고 싶다.

마음이 무겁고 머리가 아픈 날 이들의 음악은 아직도 유효하다.

발매된 지 20여년이 넘었음에도 말이다.

더군다나 우연히 들른 중고음반가게에서 이들의 음반을 발견한 날은 무거운 마음과 아픈 머리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매우 운수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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